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나이는 언제일까. 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40대가 넘어가면서 현재나 미래보다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많아진다. 단순히 후회의 돌아봄은 아닐 것이다. 옛추억들을 떠올리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일이 많아진다. 그때는 창피하고 숨기고 싶었던 일들도 상처가 단단해진 탓인지 지금은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 상처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보듬어 줄 수 있는 나이가 되서일까. 아니면 시간이 흘러 그 상처의 아픔이 무뎌진 것일까.

 

 

동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대로>에서는 그림책이 아닌 에세이로 만난다. 나이가 들어 돌아보는 자신의 삶은 후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고 성공하지 못하고를 떠나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의 일들을 담담하게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때로는 숨기고 싶은 일들도 있을 것이다.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 포장을 하고 들려줄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느낌들이 없다. 바람이 부는대로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이 다가온다. 우리 주변에 있는 할머니들이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듯 우리들에게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가 아니라 어린시절부터 40대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특별하다기보다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이니 행동들을 보여진다. 가난했던 시간들이 지겹고 힘들게 다가오기보다는 그 시간들을 즐기며 일어설수 있는 시간들로 만들어 갔다는 느낌이 든다. 그 세대들이 가진 가난은 지금과는 물론 다를 것이다. 그런 가난을 창피해하거나 유난히 힘들어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부정의 의미로 다가올수도 있었겠지만 작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삶의 흔적들을 보면서 공감할수 없을때도 있다.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와 미화되거나 포장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글들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구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공감하게 된다. 결혼이나 임신했을때의 심정들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수 있을까가 아니라 그럴수도 있고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일들이다. 이처럼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마주하면서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묘미는 이야기화 함께 만나는 삽화이다.예에쁘고 귀여운 고양이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수 있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삽화만으로도 이야기의 느낌이 전해진다. 강하지만 부드러운 저자의 모습을 만날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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