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호 열차 - 제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허혜란 지음, 오승민 그림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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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내용을 만날때면 마음이 편치않다. 우리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님에도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렇게 글이나 영상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에도 아픈데 직접 그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아픔을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수 있을까. 그들의 아픔을 만분의 일이라도 알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는 역사의 아픈 사건들, 아니면 외면하고 있는 역사의 아픔들이 있다. 이 책속에서 만나는 아픈 이야기도 우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나라를 잃은 슬픈 사람들. 그 아픔을 다스리기도 전에 '일본 간첩'이라는 말도 안되는 죄명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죄인이 되어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떠나게 된 것이다.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수 없는 것일까. 인간적인 대우는 없었다. 사람이 타는 기차가 아니라 가축용 화물열차에 대운 것이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 아픈 이야기가 담여 있는 책이다.

 

종착역은 어디이고 어디로 더 가야하는지 알 수 없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샤는 출발하는 날을 기억하고 있다. 다음날이 생일이였지만 떠나야했기에 9월 9일에 하얀 밥애 생일 미역국을 먹었다.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와 함께 기차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힘이 없는 사람들은 어쩔수 없이 가축용 화물열차를 탈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샤와 많은 사람들은 이 열차를 왜 탔는지 어디로 가는지, 불려 간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기차 안에 있는 군인이 일본 첩자 노릇을 해서 소련 땅에서 멀리 쫓야내야한다고 말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이지만 그들이 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보다 더 슬픈 것은 함께 기차에 탔던 소중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견뎌낼수 있었는데 그런 존재들이 사라진 것이다.

 

책으로 만나는 이야기이지만 사샤와 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이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마지막에 그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남은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나라를 잃은 슬픔과 억울한 죄명으로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났지만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세찬 바람에 맞설수 있는 그들의 희망과 용기가 전해진다.

 

마지막에는 사샤가 겪은 일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역사속에서 만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또래의 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건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나는 사샤는 나약한 친구가 아니라 나라를 잃은 아픔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은 친구라는 것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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