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의 칼럼 - 남무성, 볼륨 줄이고 세상과 소통하기
남무성 글.그림 / 북폴리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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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술 한잔 기울이며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부럽다. 술을 못하니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많지 않다. 취중진담이라 했던가. 술을 빌어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있다. 술을 통해 사람들과 가까워지기도 하니 그런 자리들이 부럽다. 술을 못한다고 해서 이 책속의 글들이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쓰디쓴 술의 달콤한 뒷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부러운 마음으로 책을 만난다.

 

 

책 제목 때문일까. 술 맛을 아는 나이가 되는 사람들에게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나이가 되니 이야기들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좋다. 처음으로 만나는 이야기부터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라디오는 이불 속에서 들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이불 속에 있다는 것은 해가 진 이후라는 것이 아닐까. 삽화에서처럼 무기 같은 라디로 앞에서 내가 보낸 사연이 소개되지 않을까 귀를 쫑긋 세우는 일이 많았다. 친구와 내기 아닌 내기를 해서 먼저 사연이 소개되면 떡볶이를 사주는 것이다. 지금은 손쉽게 음악을 들을수 있지만 그때는 주파수를 맞춰가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녹음 버튼을 눌러 좋아하는 음악들을 테이프에 담곤 했다. 가끔은 느리게 가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바로 듣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행복하게 기다려본다.

 

음악 이야기가 나오면 레코드판을 빼놓을 수 없다. 라디오에서도 LP로 음악을 트니 판이 튀는 일이 종종 일어나 음악을 끝까지 들을 수없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다. 용돈을 모아 하나둘 모은 LP는 소중한 보물이 되기도 한다. 라디오를 즐겨듣던 우리들에게는 또다른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때 어떤 점에 호감을 느낄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외모만 보고 느껴던 감정들이 그의 학벌이나 재력을 알게 되면 조금 달라진다. '당신을 얼마짜리인가'라는 짧은 글을 읽고 나면 씁쓸해진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시간을 들여 많은 것을 보려하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가진 잣대로만 보는 일이 많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라는 말을 알지 못한체 빠르게 평가하고 멀리하는 일이 많은 것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많다. 우리들이 잊고 사는 것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발맞춰 가기 때문이 아닐까. 느리게 가도 되지만 느리게 가면 뒤쳐지고 경쟁에서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디지털로 인해 일일이 수첩에 이름을 적고 전화번호를 메모하는 일 이제 거의 사라졌다. 가끔은 우리 집 전화번호나 가족의 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조금 불편할뿐 느리거나 뒤처지는 않은데 우리들은 그것을 참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무조건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책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보면서 우리들이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살아가며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술 한잔 기울이며 이 책을 만난다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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