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운

백야행 1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4월

같은 내용이라도 번역에 따라 책의 느낌이 달라진다. 일본문학을 즐겨 읽는 분들이라면 김난주 번역가의 작품이라면 믿고 보지 않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이 이번에는 김난주 번역가의 손에 의해 출간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와 김난주 번역가라는 두 이름만으로도 믿고 보게 되는 작품이다.

인적이 드문 건물에서 사체가 발견된다. '기리하라' 전당포의  주인인 기리하라 요스케가 자신의 집에서 약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자살이 아닌 타살이다. 이런 사건에는 용의자가 있기 마련이다. 기리하라의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는 사가키 형사.

남편의 살해현장에 오면서 곱게 단장을 하고 온 아내와 기리하라 전당포의 점장인 마쓰우라, 기리하라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는 니시모토 후미요와 그의 남자친구인 데라사키. 이들은 용의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인물들이다. 알리바이도 확실하니 범인이라 단정지을수 없다.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들의 알라바이는 믿을만한 것일까. 유력한 용의자였던 인물들이 차례로 죽음을 맞이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데라사키와 가스 사고사를 당한 후미요. 사고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일이 많다.

이들과 달리 나이는 어리지만 어딘지 의심스러운 아이들이 있다. 사체로 발견된 기리하라의 아들 료와 가스사고사를 다한 후미요의 딸 유키호. 두 아이들에게는 어떤 연관성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살해를 당한 사람의 아들과 용의선상에 있던 인물의 딸이지만 서로 연관이 없어보인다. 1권에서는 서로 마주치는 일들도 없다. 하지만 이야기 곳곳에 어딘지 그들이 연관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만드는 일들이 있다. 그것을 보면서 2권에서는 그들에게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비밀스러운 인물들이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은 두 아이의 성장과 함께 살인사건은 무관하게 흐르고 있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른 사건들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해 공포감이 느껴진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그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그 궁금증으로 만만치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손을 쉽게 좋을수없게 만든다. 20여년 가까이 기리하라의 살인사건으로 출발하여 벌어지는 많은 사건들을 파헤치는 사사가키.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라 생각했던 료와 유키호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놀라지 않을수 없다.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 것일까,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만큼 그것도 혼란스럽게 만든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를 보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