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엘사의 친구, 슈퍼 히어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친구가 되는데 나이가 중요할까. 가족이지만 친구같은 사람이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할머니이다. 어릴때부터 할머니는 친구이자 엄마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이렇게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생각하면 <시네마 천국>의 토토와 알프레도가 생각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모습이 생각난 것이다. 토토가 꿈을 꾸게 하고 알프레도의 일상의 이야기들은 잔소리가 아니라 조언이 된다. 이렇게 소중한 두 사람의 마음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서 오래도록 남은 영화이다, 이 영화만큼이나 나이 차를 넘어 가족의 끈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우정이 돋보이는 이야기를 만난다.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속에 등장하는 일곱 살 엘사의 슈퍼 히어로는 할머니이다. 여자 셋이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자 삼대는 단순히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나아가 동등한 여자의 입장에서 마음이 오고 갈때가 있다. 남자 삼대라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아직은 엉뚱한 면이 많은 엘사는 완벽주의자 엄마보다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 할머니를 많이 닮았다.

할머니가 있다는 건 아군이 있는 것과 같다. 그게 손주들의 궁극적인 특권이다. 자초지종이 어떻든 항상 내 편이 있다는 것. 내가 틀렸더라도. 사실은 내가 틀렸을 때 특히. - 본문 75쪽

이야기를 읽으면서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만들어가며 부모보다 더 든든한 내 편이 있다는 것이 부러울지도 모른다.  엘사의 말처럼 틀렸을때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의 소중한 추억들을 가지고 살아간다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이렇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분을 볼수 없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큰 슬픔을 가져올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람들이지만 가끔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오해로 인해 오래도록 상처로 남는 일이 있다. 그 오해를 푸는 것이 힘들지 않음에도 긴 시간동안 서로를 보려하지 않는 일도 있다. 할머니가 엘사에게 남긴 것은 판타지 같은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오해를 풀수있는 열쇠를 준다. 우리들의 손에도 그 열쇠가 있을지 모른다.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할머니와 엄마, 손녀. 삼대가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할머니가 엘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편의 판타지 같다. 알프레도로 인해 토토가 영화에 대한 꿈을 가졌듯이 엘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우리들에게도 슈퍼 히어로로 다가온다. 이렇게 멋진 할머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곱 살 아이에게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이런 히어로가 있다면 행복한 일일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삶을 이야기하는데도 리들에게는 판타지같은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만큼 특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