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당 사진관
오지혜 지음 / 마카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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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픔을 겪는 시대의 사람들과의 만남은 더 애처롭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로 인해 행복이라는 감정을 묻어두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혼자만의 삶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개인의 행복은 사치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분명 내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해짐에도 나의 행복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천연당 사진관의 사람들도 그렇다.

 

 

<천연당 사진관>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단순히 조선시대의 여성 사진사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속 아픈 이야기들이 함께 존재한다. 안나라는 여성 사진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여성이 사진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빠오 단둘이 남은 안나. 오빠는 이름까지 바꾸면 일본인으로 살아가려 한다. 약자로 살아가는 모습이 남매이지만 다르다. 한 사람은 철저히 강자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한 사람은 그들에게 맞서려 하고 있다.

 

남장까지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버는 안나. 넉살 좋기가 둘째 가라면 서로운 인물이다. 몰래 물건을 훔치다 만나게 되는 재원. 고지식한 재원과 자유분방한 안나는 만나면 늘 다투기만 한다.서로 바로보는 관점이 다른 두 사람. 신분만큼 생각도 다르다. 그렇게 다른 그들이 서로를 생각하면 닮아가고 있다.

 

무라카미의 사진관에서 일을 하는 안나와 오빠 텐신. 양인 부부가 지어진 이름으로 살아가는 안나와 달리 오빠는 일본인 밑에서 일을 하며 '고토 텐신'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세상에 의지할 것은 남매밖에 없다. 그것을 알기에 두 사람은 툭툭거리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크다. 일본인 밑에서 일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꿈을 찾고 싶은 안나. 자신도 몰랐던 꿈을 찾아주는 사람들. 나라를 잃은 사람들이 함께 찾아가는 꿈을 보면서 역사속 사건들과 맞물려 허구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허투로 보게되지는 않는다.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함께 울고 웃게 되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재원과 거침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안나.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이였을까. 어둡고 힘든 상황이지만 각자의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 이 어둠을 함께 헤쳐가길 바라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잃은 상황에 슬퍼하기 보다는 무엇인가 하려고 노력한다. 한심한건 빼앗긴 것이 아니라 빼앗기고 되찾을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 말했던 재원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나라를 잃은 사람들이 찾으려고 했던 것은 혼자만의 행복이나 꿈이 아니였다. 아픈 역사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들이 있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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