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개봉한 영화중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캐롤>의 예고편을 보면서 관심이 갔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보지 못한 작품이다. 그러다가 원작소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잘된 일일까. 영화로 먼저 만났더라면 캐롤과 테레즈를 나만의 시선을 바라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다르다고해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해못하는 상황들이 있다. 어쩌면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정답만을 요구하고 그것에 맞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남들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지금도 그런 부분이 많은데 1950년대의 여성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더 힘들지 않았을까.

 

 

처음 이야기는 회색빛으로 느껴진다.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화려하고 밝은 색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습은 어둡고 건조하게 다가온다. 아니, 테레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좋아보이지 않는다. 무대 디자이너의 꿈을 가진 스무살의 테레즈. 그녀가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가는 모습은 활기차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모습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일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돈독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남자친구 리처드와는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재미없게 살아가고 있는 테레즈에게 어느날 나타난 캐롤. 백화점 손님 중 한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녀를 만나면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설레고 좋은 감정들이 솟아난다. 그냥 다른 사람에 대한 호감때문일까.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 우리들도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마주하는 일들이 캐롤과 테레즈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녀들이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그녀들의 감정보다는 현실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은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때가 많다. 힘든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힘든 일일까.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정답이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두 사람은 천 개의 도시, 천 개의 집, 천 개의 외국 땅에서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같이 갈 것이다. - 본문 456쪽

 

사랑은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캐롤과 테레즈에게는 견뎌내기 힘든 현실일수도 있다. 지지하는 사람이 없는 사랑이 될수도 있지만 그들은 서로를 선택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야기의 마지막이다. 그녀들을 만나는 우리들도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을 지지할수 있을지 머뭇거려지지만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버릴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