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초상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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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있는 드라마가 있다. 마침 이 책의 주요인물인 이방원이 나오는 드라마이다. 이 책에서는 이방원이 왕으로 등장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조선건국을 앞두고 있는 이방원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와 책에서 만나는 이미지는 다를수 있지만 그건 상황이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왕이 되기 이전의 이방원과 왕이 되고 나서의 인물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드라마와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같은 인물이 나온다는 것이 흥미롭다.

 

 

왕위를 계승하면서도 이런저런 세력들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들이 일어난다. 하물며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지 않아도 우리들은 알수 있지 않을까. 고려가 아닌 조선을 세우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고려라는 이름을 쉽게 버릴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나라를 생각하며 서로 마주하고 있다. 서로 함께 갈 수는 없었을까. 함께 가기보다는 결국 하나만을 선택해야할 상황들이 벌어진다. 편가르기는 아니지만 내 편에 서지 않으면 어쩔수 없이 그들을 없애야만 하는 현실이자 운명이다.

 

고려유민들은 조선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저항하며 살아간다. 그런 유민들을 도와 반역을 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하는 도화서 화원 명현서. 이제 겨울 열두살이 된 딸을 두고 명현서는 반역죄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떠난다.

 

파상풍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 이제 아버지마저 반역죄로 죽음을 당했다. 어린 명무는 세상에 홀로 남았다. 그런 명무에게 한 노인이 찾아온다. 세상 의지할 곳 없는 명무는 노인을 따라 떠난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목놓아 울 수 없다.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설수도 없다. 어린 명무의 마음속에 남은 것은 복수 뿐이다. 피는 못속인다고 했던가. 화원인 아버지를 닮아 그림에 소질을 보이는 명무. 하지만 그녀는 커가면서 붓보다는 칼을 잡고 싶어한다. 그 칼을 누구에게 겨누려는 것인지 알기에 우리들은 마지막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한다고 했던가. 몸을 피해 나온 곳인지만 복수를 꿈꾸며 다시 궁으로 들어가는 명무. 그곳에서 명무는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겨우 열두살이던 명무가 자신의 아버지가 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마음에 품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난다. 붓과 칼을 쥐어든 명무. 그녀는 세상을 향해 무엇을 내밀게 되는 걸까.

 

"붓과 칼, 그 모두는 제게 옳았습니다. 하나의 몸에 두 가지 것을 담는 일은 어려웠습니다. 두 가지 옳은 것이 몸에 닿으면 옳게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 몸 밖으로 흩어져 쓸모없게 되는 것도 알았습니다." - 본문 322쪽

 

역사소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어느 시대든 파란만장한 사람을 살아갈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현실은 그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남들과 다르게 고난과 역경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것을 헤쳐나가며 살아갈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이방원이라는 인물을 조금 다르게 보는 책이기도 하다. 시대가 만들어 놓은 힘든 문제들속에서 해결해 나가려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 다가오기도 하다. 개인의 삶이나 생각을 가질수 없는 자리의 무게감은 우리들에게도 고스란히 다가온다. 어린 소녀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는 역사가 가진 아픔과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이나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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