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양보
정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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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에 영화 <내부자들>을 보았다. 그 영화와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어딘가 닮은 작품이다.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몰랐던 일이니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일인지 조금은 혼란스럽다. 제목과는 별개로 어두운 느낌이 전해진다. 빛이 있다면 당연히 그림자가 있고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고요하고 조용한 어둠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드러내고 싶지않은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으로 읽게 되는 것이다.

 

 

<어둠의 양보>에서 만나는 한정호와 양희석은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숨기고 싶었을 이력을 가진 가족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희석이 선택한 것은 무조건 위로 향하는 것이였다. 무학자인 어머니의 아버지는 친일파 앞잡이고 오빠는 알코홀릭이다. 양희석의 형은 최연소 카이스트 수학 교수에 임용되었으나 정신 이상으로 모든것이 사라졌다. 양희석은 적당히 사는 삶의 원칙을 갖는다. 적당히, 그럭저럭, 얼렁뚱땅. 그러면서도 위로 향하고 싶어던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등의 말을 한다. 그는 불행하게도 흙수저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런 그에게 금수저를 안겨주는 일이 생긴다.

 

김도술 회장, 구조 조정 전문가 권준도 사장, 이기헌, 양희석과 한정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벤처사업의 진실은 무엇일까. 청춘들이 자신들의 열정을 모아 일을 한다기보다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무엇인가 노리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각각의 인물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그 인물들의 특징을 알아간다. 지금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하는 그들의 과거와 관계들을 보면서 진심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문화 콘텐츠 전문 벤처기업 창업을 하면서 양희석과 한정호는 자신들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 탄탄대로가 아닌 어두운 길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달콤한 시간들은 그들의 어둠을 숨기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책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모두 어둡게 느껴진다. 사람은 양면성이 있다. 좋고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쁘고 어두운 면도 분명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밝음이 어두움을 감싸고 있다. 하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어둠은 우리들이 고스란히 보게 된다. 그래서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스스로 어둠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난을 이기려는 것보다는 달콤함에 탐닉한 어둠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욕심과 욕망은 있다. 이들은 조금은 삐뚤어진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마지막에 남은 사람들은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둠의 양보로 탄생한 낮이 시작되고 있었다. (중략) 어둠의 양보를 응시하는 그들의 눈길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 본문 232쪽

 

달콤함에 젖어 자신의 몸이 그 안에 점점 빠져드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제 곧 온 몸이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해 죽는다는 것을 모른다. 한번쯤 자신의 몸을 들여다 보았다면 그들은 달라졌을까. 빛을 향해 걸어가기 보다는 어둠속에서 자신의 안락함을 찾으려 했던 사람들이 아닐까. 그나마 위로를 받는 것은 그들이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어둠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나서야 그들의 눈에 빛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평생 빛과 어둠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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