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안녕 - New Edition
황경신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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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신간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지만 우연찮게도 작가의 신작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글이더라도 나와 맞지 않으면 잘 찾지 않게 된다. 유독 끌리는 작가와 글이 있다. 황경신 작가의 작품들이 그렇다. 한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읽고 싶게 만드는 책들이다.

 

 

단순해 보이는 표지를 오래도록 보게 된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 슬퍼보이기도 한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17가지 이야기'라는 부제때문에 슬픔이 더해지는 느낌이다. 우리들은 평생 사랑과 이별 때문에 울고 웃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하지만 웃으며 떠나보내는 일은 드물다. 사랑의 아픔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오죽하면 사랑에 빠지고 열병을 앓는다는 말을 할까. 이 책에서는 17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이별을 만난다.

 

처음으로 만나는 '녹턴'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 하다. 물론 드라마의 배경음악은 쇼팽의 녹턴이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으로 만나는 이 이야기를 읽을때나 이 글을 쓰고 있을때 쇼팽의 음악을 듣고 있다. 음악을 들으면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 있는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런 착각을 하며 읽은 이야기다. 요즘 1988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때문일까.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레코드 가게가 반갑다. 듣고 싶은 음악을 언제 어디서든 들을수 있는 요즘과는 다르다. 간혹 판이 튀어 같은 음이 반복되고 턴테이블이 없으면 듣지 못한다. 레크드처럼 사랑을 하는 남자가 있다. 계속 누군가의 주변을 돌며 쉽게 떠나지 못한다. 다가서지 못하고 기다리기만 한다. 남자, 여자, 여학생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는 사랑뿐만 아니라 이별도 아름답다는 것이 느껴진다.

 

"듣고 싶지 않아요, 여러가지 사정 같은 건. 알게 뭐예요."

뭐?, 하는 표정으로 여자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 정도만 사랑했다는 거예요, 결국." - 본문 34쪽

 

이야기도 마음에 들지만 배경이 좋아서 오래도록 본 이야기는 '꽃 피우는 아이'다. 찾아오는사람이 적은 간이역. 일하는 시간보다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은 그 공간에 열 두살 아이가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떠난 아빠. 얼마전 엄마도 세상을 떠났다. 혼자 남겨진 아이는 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일찍 철든 아이의 모습을 만난다. 어쩌면 그런 모습 때문에 짠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가 바라보는 풍경이나 느낌들이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야기다.

 

소설과 작가의 자전적 글이 담겨 있는 이야기이다. 어떤 이야기가 소설이고 자전적 이야기일까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허구와 진실이 하나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다. 누구나 꿈꾸는 사랑이 있다. 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리 다르지 않다. 사랑하기에 행복하고 이별하였기에 불행한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안에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있다. 우리들은 달콤하지만 씁쓸한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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