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오는 편지 - 최돈선의 저녁편지
최돈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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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오는 편지>라는 제목을 보면서 요즘 우리들의 모습과는 정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빠르게 움직이는 우리들. 인터넷이 늦는 것도 참지 못하고 자꾸 클릭을 하게 된다.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편함에 오는 우편물이 줄어들고 휴대폰이나 메일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손글씨를 정성껏 써서 우표를 붙여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편지가 잘 도착했는지 궁금하고 답장 오기만을 기다리던 마음. 그때는 기다림이 지루함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문자의 답장이 오지 않는다고 몇분도 기다리지 못하는 우리들이 되었다.

 

 

책에서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추억, 우리들의 삶 속에 스며든 사랑, 우리 주변에 있는 자연과 이름만으로도 마음을 적시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을 읽는 계절이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 계절과 어울리는 책이다. 마음까지 차가워지는 겨울로 향하는 이 계절에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다.

 

처음 만나는 '그리움이 나를 부르면'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각자의 추억들이 생각날 것이다. 작가와 같은 추억을 가진 분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분들도 촉촉하게 젖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 시간들은 돌아오지 않기에 더 애틋한지도 모르겠다. 후회의 시간이 아니라 다시는 만날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어떤 이야기가 마음속에 남는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 이야기마다 떠오르는 추억들이 있고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으며 마음 아픈 일들도 있다. '도토리묵밥'을 보면서는 엄마가 떠올랐다. 책에서는 슬픈 사연이 아님에도 나는 마음 한켠이 무겁다. 어릴적부터 자주 먹던 음식이다. 엄마가 직접 도토리묵을 만들어 맛있게 만들어주신 음식이다. 늘 받기만 하고 무엇하나 해드린게 없어서인지 이 글을 읽으면서는 엄마가 많이 생각났다.

 

요즘은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거의 없다. 거침없이 문자를 작성하여 보내고 답장도 간결하게 보낸다. 글의 길이가 짧다고해서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그것이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인 것인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느리지만 못쓰는 글씨라도 정성스럽게 글을 쓴 편지가 그립다.

 

편지는 그리움이고, 그 그리움을 채우는 여백이다. 편지엔 기다림이 있고 부치는 즐거움이 있다. 저절로 쓴 이의 다정한 모습이 떠오르는 게 편지글이다. - 본문 35쪽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우리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편지가 주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지를 받고 행복해한다. 쓰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것을 알기에 우리들은 여러번 읽고 곱게 간직한다. 책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을 잠시 쉬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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