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
르네 망조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최고의 추리소설상'을 받을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라는 이름보다는 영화감독, 각본가로 많이 알려진 '르네 망조르'의 두번째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라는 제목을 눈여겨 보게 된다. 우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삶과 함께 이름이 주어진다. 살아있는 동안 자주 불리어지지 않더라도 우리의 이름은 있다. 하지만 죽으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름이 지워진다.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야할까. 제목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읽기 전부터 생각이 많아진다.

 

 

'이 희생 제물들이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의 혼령을 달랠 수 있기를.'

 

런던에서 기괴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시신의 배가 갈라져있고 그 안의 장기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 시신 옆에는 비문 형식의 문장이 남겨진 글이 있다. 연이어 일어난 살인사건. 그 사건의 범인들도 잡힌 상태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피해자를 죽였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일면식의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인 것이다. 범인들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들에게는 다른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 사건을 맡게 된 인물은 스코틀랜드야드 수사과를 맡고 있는 매케나 경감이다. 쉰네 살의 베테랑이지만 속으로 곪아가는 사람 냄새를 풍기고 과거에 사로잡힌 눈을 하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 달리아 라임스 박사와 함께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거기에 범인으로 지목된 이들의 변호를 맡으려는 닐스 브레이크 변호사. 이들을 중심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간다. 능력있어보이는 이 세 사람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다. 아내가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나고 네 아이를 키우는 형사. 목사라는 이름을 가진 아빠의 또다른 실체를 보는 달리아, 심장을 이식받은 닐스. 이들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일들 뒤에는 또다른 비밀이 숨어있다. 이 비밀스러운 일들은 이야기 후반에 밝혀진다.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수 없었던 것은 사건의 해결도 있지만 이들에게 숨겨진 또다른 일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에게 펼쳐진 사건들이 눈 앞에 펼쳐질때 차마 눈을 뜰 수 없게 만든다. 책속에서 묘사하고있는 시신들의 모습이 우리 바로 앞에 있는 느낌이기이 저절로 눈이 감겨지는지 모른다. 정말 기괴한 일이 아닐수 없다. 시신의  장기를 꺼내어 간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지만 사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살아있을때 일어난 일이다. 피해자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그들은 몽유병 환자처럼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을 지시하는 인물은 누구이며 어떤 이유에서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이야기내내 흐르는 음악이 있다. 에리크 사티의 <그노시엔 1번>이라는 음악이 범죄현장뿐만 아니라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들이 장기를 들고 어디론가 나는 장면에서도 흐르는 음악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음악의 느낌이 궁금하여 찾아보지 않을까. 나또한 음악적 지식이 없어 알지 못했던 이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다. 이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을 읽으면 더 빠져드는 느낌이다.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진다.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 또다른 비밀스러운 일들이 있다.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지울 없어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던 이들의 슬픔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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