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기에 주저없이 선택한 책이다. 일본 소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한 작가였기에 매번 작품이 나올때마다 챙겨보게 되는 것같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는 말은 하지 못하지만 고마운 작가이다. 편독을 하고 좁게 보던 내가 다양한 작품을 접할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니 어찌되었든 고마운 마음으로 이번 작품도 만나게 되었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 모여 하나의 제목이 되었다. 제목만으로는 추측이 어려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평범해 보이는 내용속에서 기발한 제목을 생각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해 보이는 내용이라 하였지만 다르게 보면 그리 평범하다라고도 말할수 없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23장에 걸쳐 1960년부터 2006년까지 50여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순차적으로 흐르지 않고 각 장의 화자들도 다르다.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는 집안의 3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등장인물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처음에는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야기가 시작하기전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인 아내와 일본인 남편 사이의 3남매와 그 중 큰 딸의 네 자녀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외에도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주로 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3대째 사업을 하는 리루코의 집안은 부유하다. 그들이 사는 집을 묘사해 놓은 부분을 읽으면서 누구나 그런 집을 꿈꿀지도 모른다. 우리집에 있는 소녀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관계가 돈독해서인지 늘 3층 집을 짓고 싶다라고 말한다. 1층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2층엔 엄마와 아빠, 3층에는 자신들이 살고 싶다고 말하는 소녀들. 이 책을 읽으면서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우리도 3대가 가까이 살다보니 공감하는 부분들이 있다. 서로를 위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부유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교육관도 특별하다. 교육기관이 아니라 대학을 가기전까지는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가정교사가 있고 아이들이 스스로 즐길 시간들도 있다. 자유롭게 보이지만 그들만의 규율이 있다. 누구나 집은 포근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때도 있을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더라도 참기 힘든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밥에 소금을 치는 일은 거의 드물다. 하지만 아이들은 소금을 치고 싶어한다. 어릴때는 그럴수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암호처럼 '라이스에는 소금을!' 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그들에게 그 말은 '자유 만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끼리는 특별한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특별해 보일수도 있다. 러시아인 할머니가 있고 아빠와 엄마가 다른 형제들. 이것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편견을 가져다 줄수도 있다. 담담하게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누구에게 있을수 있는 일이고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평생 내 편이 될 수 있는 가족이지만 가끔은 그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리루코의 가족을 통해 우리의 가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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