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용덕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표지의 그림을 보면 음습한 느낌이 든다. 보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음산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표지뿐만 아니라 제목도 그런 느낌을 전한다. 표지가 아니였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수도 있을 것이다. 죽고 싶으면 전화해라는 것은 힘들때 위로를 해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그림과 함께 보는 제목은 늪에 빠져들게 하는 기분이 든다. 조금은 무서운 느낌마저 드는 표지와 제목이지만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자카야에서 일을 하며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도쿠야마. 동료들과 함께 찾은 단란주점에서 하쓰미를 만난다. 키가 크고 잘생긴 외모의 다쿠야마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런 다쿠야마를 본 하쓰미는 웃음을 터뜨린다. 다쿠야마는 황당하기만 하다. 처음 본 상대가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하는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하지만 이유없이 웃는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안하무인으로 다쿠야마가 하는 말에는 정확한 대답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황당한 만남을 가진 두 사람. 단순히 단란주점에서 만난 손님의 관계에서 나아가 발전하는 사이가 된다.

 

우리들은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고나서 변하면 그 상대를 비난한다. 여자를 잘못 만나서, 아니면 남자를 잘못 만나서 변했다는 말을 한다. 두 사람이 만나면서 상대에게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좋은 쪽으로 변한다면 그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위 사람들은 비난을 하는것에서 나아가 떠나는 일도 많은 것이다.

 

자살이라는 말은 입밖으로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사는 것이 힘들어 그런 마음을 가진다하더라도 상대에게 그렇게 말을 하며 함께 자살을 하자고 말하는 상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어떤 뚜렷한 이유가 있기보다는 상대방의 분위기로 인해 나도 같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 행복 바이러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음습한 느낌의 비이러스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죽읍시다. 동반자살, 그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 방법, 제대로 존재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의지와 목적과 결과가 일치하고 게다가 성공의 순간이 그대로 영원이 되는 유일한 아이디어. 동반자살하자고요. 응? 응?" - 본문 164쪽

 

하쓰미를 신비스러운 느낌이 전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며 상대까지 그렇게 만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만날때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스럽다. 제목처럼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전할수 있을까. 위로를 할수도 동조할수도 없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쉽게 그런 말을 전할수도 없고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는 것이다. 내용을 떠나 제목만으로도 조금은 버거운 이야기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