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전아리 작가의 전작들을 만났었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출간과 동시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이야기가 주는 힘은 크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읽으면서 아마도 많은 분들이 입체적인 느낌을 받을 것이다. 활자가 아니라 등장 인물들이 눈 앞에서 이야기하고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본 일이라 더 그런지도 모른다.

 

 

표지에 보이듯이 간호사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이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간호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정소정. 백의의 천사이기보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간호사이다. 사고 아닌 사고를 쳐서 지방으로 내려오게 된 정소정. 그녀가 근무하는 병원은 사고뭉치들만 모여있는 곳이다. 일을 하는 의사와 간호사 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일반 병원에서는 사고뭉치라 생각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에서도 이런 사고뭉치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골치덩어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이자 나의 모습인 것이다.

 

술과 담배를 즐기는 정소정. 여자라서 간호사라서 술과 담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고정관념으로는 부정적으로 바라볼수도 있을 것이다. 상냥하지도 않다. 자신의 일이기에 어쩔수 없이 하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병원에 있는 환자들과의 관계로인해 조금은 변해간다. 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웅다웅하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사람들이다.

 

유자할버니와 순복할머니는 늘 만나면 다투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연어라 불리는 샐먼은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조강배는 생계를 위해 자해 공갈단으로 살아간다. 이 병원에서 진짜(?) 환자는 오토바이 사고로 죽다 살아난 중민이 뿐이다. 하지만 중민이에게도 남들과 조금 달라보이는 사연이 있다. 이들은 우리와 동떨어진 모습이 아니라 주변에서 한번쯤은 만나보는 인물들이다.

 

정말 빠르게 읽혀지는 책이다. 그만큼 이야기의 진행도 빠르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건으로 한 눈을 팔수없게 만든다. 심각하게 받아들일수있는 이야기이지만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병원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픈 것을 치료받기 위해 가는 곳임에도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한 사람들도 병원에 가면 왠지 아픈 느낌이 들기도 한다. 희망을 찾기 위해 가는 곳임에도 가기가 꺼려지는 곳이다. 아픈 사람들이 모여 있어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하고있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정소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짜 이름인 <라모나 병원>보다는 <나몰라 병원>으로 불리는  곳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모습을 알몸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을 빌어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치료받아야할 부분이 있는가하면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부분들도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