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는 것이 많다. 잊고 사는 것들도 있다. 현실이라는 벽앞에 놓은 우리들은 현실을 이유로 잊고 사는 것에 대해 합리화시킨다. 어느순간엔가 그것들은 당연한 것이 된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순수함과 상상력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우리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순수함은 어린 시절에나 가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른이 되어 가진 순수함은 오히려 바보같다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대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어떨까. 생각한 것뿐만 아니라 글을 쓰고 나면 그것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당장 필요한 것이나 가지고 싶은 것을 한가득 쓸 것이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어쩌면 필요한 한두가지가 10개, 100개로 늘어갈지도 모른다.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쓰려하지 않을까.

 

 

앤과 벤은 오두막을 떠나 해변가 모래 위에 글자를 쓴다. 배가 고파 빵과 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심코 글자를 쓴 것이다. 파도가 모래사장 위로 몰려왔다가 가면서 글자가 지워지고 접시 안에 잼과 빵이 놓여있다. 빵만 먹으면 안되니 우유라는 글자도 쓴다. 앤과 벤이 쓰는 글자는 무엇이든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상상력을 생각하기 이전에 만약에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무엇을 쓸까를 고민하지 않을까. 씁쓸하지만 앤과 벤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현실적인 생각을 먼저하게 되는 것이다.

 

앤과 벤만 있었다면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을까. 바닷소리가 듣고 싶어 고둥을 찾던 아이들은 왕에게 물어보고 싶어 왕이라는 글자를 쓴다. 아이들은 고동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 왕은 아이들이 쓴 글자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많은 것을 요구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왕을 보면서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는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일은 드물다. 한가지를 가지면 그 다음 것을 원한다.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부족함을 느끼면서 늘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욕심이 지나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왕을 보면 알수 있다.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이다. 그림과 함께 만나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우리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순수함을 가진 앤, 벤과 대조적인 왕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잊고 있었던 우리의 마음을 다시 만나면서 한편으로는 지워야할 우리들의 모습도 만나는 이야기이다. 쓰고 싶은 글자가 있는반면 지우고 싶은 우리들의 모습도 있는 것이다. 잃은 것이 아니라 잊고 사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현실이라는 이름 앞에서 잠시 잊었던 우리들의 꿈과 상상력을 만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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