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이반 레필라 지음, 정창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아마도 많은 분들이 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사람의 모습이라 말하기에 표정이 어둡고 무서운 느낌이 든다. 표지만 본다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주변은 온통 어둠뿐이다. 무언가를 바라보는 눈빛은 간절하다. 여름이라 그런지 이런 오싹한 느낌을 주는 표지의 그림이 책의 내용을 더 궁금하게 만든다.  

 

 

처음으로 만나는 이야기가 표지의 그림을 이해하게 만든다. 깊이가 7미터 되는 우물에 형제가 빠졌다. 인적도 드문 숲속 한가운데 있는 우물이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우물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책에서는 꼭대기가 잘려나간 피라미드 형태라고 묘사하고 있다. 몸집이 큰 아이는 형이고 몸집이 작은 아이는 동생이라고 한다. 형제는 우물에서 나가려 애를 쓰지만 7미터나 되는 우물에서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처음에는 어떻게해서든 나가려 애를 쓴다. 누군가 지나가지 몰라 목청 높여 소리도 내본다. 숲속 한가운데 있는 우물에 있는 형제를 구해줄 사람은 없는 것일까. 동생은 배가 고파 형의 가방안에 있는 빵을 먹고 싶어한다. 하지만 형은 엄마의 것이라며 동생에게 안된다고 차갑게 말한다. 이들은 쉽게 구해질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우물안의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초반에 드는 의문은 이들이 왜 우물에 빠졌으며 이들 형제 외에 숲속 길은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것일까이다. 오랜 시간을 우물안에 있지만 인적을 느낄수 없다. 우물 안에서 먹을 것도 없이 지내는 것이 쉽지 않다. 벌레들을 먹으며 생명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형은 80%를 자신이 먹고 남은 양을 동생에게 준다. 이것만 봐서는 매정한 것으로 느껴진다. 늘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무섭다는 생각까지 든다. 일반적으로 인적이 드문 우물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언제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할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형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처음에 들었던 이런 의문들은 후반부에 가서 알아가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점점 갈수록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히 두 형제가 우물에 갇혀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의 모습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읽을때는 의미를 찾기 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며 읽었다. 다 읽고나서 의미를 생각하며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부분에 옮긴이의 말을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다. 옮긴이는 이 책을 읽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해 말한다.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며 작가가 전하는 의미를 잘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하는 나름의 반성(?)을 했는데 어떤 방식이든 무관하다는 위로를 받는다.

 

마지막 부분을 만나면서 우리들은 충격을 받을수 밖에 없다. 특히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이 책을 잔혹동화라 말하는 이유는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다. 우물에 빠진 형제를 보며 들었던 안타까운 마음들이 어느새 분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만날때마 인간의 악은 어디까지 가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표지에서 만났던 음산하고 섬뜩한 느낌이 마지막까지 계속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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