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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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를 일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 책은 40개 국어로 번역, 전 세계에서 4천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책이라고 한다. 어떤 매력이 있기에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니 나또한 학창시절 만났던 책이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구입한 책이다. 새 번역과 새 판형으로 만난 이 책 이전에도 구입했다. 그러고보니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은 5번 정도 보고 책도 세 권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표지도 다르고 판형도 다른 책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필요성에 의해 한 권의 책을 여러번 읽는 경우가 있는반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책들이 있다. 어떤 특별한 이유를 떠나 그냥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책또한 후자와 같은 이유로 여러번 만났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다시 읽고 싶어지니 여러번 읽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내용의 책을 여러번 읽어도 늘 새롭게 느껴진다. 나의 상황과 주변 환경에 의해 조금씩 다른 느낌일수밖에 없다. 나라는 사람은 그리 변하지 않았지만 나이에 따라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만났던 이야기는 단지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만 보였다. 그 외에 다른 것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스카웃이라는 어린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사건을 통해 그 아이가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보다는 단지 시대적 배경과 그로 인해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톰 로빈슨과 같은 흑인들의 슬픈 삶을 바라본 것이다.

 

스카웃이라는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6살에서 9살까지 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 아이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들은 좁은 동네에서 일어난 이야기만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세상에 네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말한다. 스카웃의 가족이나 이웃사람들처럼 평범한 사람, 숲 속에 사는 커닝햄 집안 사람들, 쓰레기 장에 사는 유얼 집안 사람들, 그리고 흑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책에서는 흑인이라 말하지만 지금도 흑인과 같이 불평등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있고 유얼과 같은 쓰레기 같은 사람들도 있다. 슬픈 현실은 유얼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그들이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스카웃의 눈에는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와 달리 오빠는 젬은 의젓한 면이 많다. 아빠의 영향때문일까. 아니면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 아이들이 철이 빨리 든 것일까 아이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어린 아이의 호기심만으로는 보지 않는다. 흑인 톰 로빈스에 관련된 재판도 자신들의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다. 자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겁을 먹고 죄인이 될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린 아이들의 눈에도 그것이 부당한 것이라는 것이 보인다. 아이들도 아는데 바보같은 어른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스카웃과 젬도 톰이 무죄라는 것을 아는데 그들은 결국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는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도록 창조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 앞에서라면 거지도 록펠러와 동등하고, 어리석은 바보도 아인슈타인과 동등하며, 무식한 사람도 어떤 대학 총장과 동등한 하나의 인간적인 제도가 있지요. 배심원 여러분, 그 제도가 바로 사법 제도입니다. - 본문 380쪽

 

시대에 순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일하는 핀치 변호사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 만났을때는 이렇게 와닿지 않았는데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 이런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흑인을 변호하는 일은 어쩌면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이익도 추구하지 못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양심이 우선이고 법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정에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에서도 같은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편견이나 불평등이 만든 현실은 슬픔으로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금은 다른 상황이지만 여전히 편견과 불평등은 존재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 책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에서 말하는 네 부류의 인간중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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