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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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그럴수 없는 경우들이 많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판단하고 죄를 물을수는 없겠지만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절대 해서는 안될 일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법을 피해 죄의 댓가를 치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중죄임에도 아무런 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럴때 우리들은 정의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모가미와 오키노는 검찰수업을 통해 만난다. 사법 연수생과 선생님으로 처음 만난 그들은 중요한 사건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 검사라는 이름으로 출발하는 오키노에게 모가미는 닮고 싶은 선배이다. 그런 선배와 몇년후 살인사건 등의 복잡한 사건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모가미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지내던 기타토요 기숙사. 기숙사의 주인인 구즈미 요시하루와 구즈미 리에에게는 딸 유키가 있었다. 안주인은 학생들이 이모라 부를 정도로 친하고 유키도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유키는 모가미를 잘 따랐고 모가미도 유키를 귀여워했다. 아마도 대학 시절 하숙집 아주머니와 가족처럼 지낸 분들이라면 이런 감정들을 알지 않을까. 그런 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면 모가미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족처럼 지내고 동생처럼 아끼던 유키가 살해를 당한 것이다. 어린 유키의 몸에는 성폭행의 흔적도 남았던 것이다. 아무 잘못도 없고 순수한 소녀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은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아픔이다. 모가미에게는 말할수 없는 아픔이였을 것이다.

 

더 마음이 아프고 자괴감이 들었던 것은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이 정확한 증거가 없다고 하여 무죄로 풀려난 것이다. 모가미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자신이 더 미웠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그러지 않을까. 눈 앞에 범인이 있지만 법이 그를 무죄로 판명했기에 우리들은 그에게 벌을 줄수 없는 것이다. 피해자는 이 세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데 범인은 이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는 현실에 분노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정의 따위를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법을 위반한 사람의 약점을 파고들어 못살게 구는 거지. 범죄자가 이제 좀 용서해달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뉘우칠 정도로 말이야. 그걸 기꺼이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검사야." - 본문 28쪽

 

살인범이 공소시효로 인해 벌을 받지 않게 된다면 어떨까. 그 범인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학생신분의 모가미가 아니라 이제는 범인의 죄를 추궁할수 있는 검사가 된 것이다. 23년이 흘렀지만 마음속의 아픔과 상처로 남은 사건이다. 공소시효로 인해 이제는 범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지만 마쓰쿠라에게 벌을 내릴수 없다. 법이 할수 없다면 자신이라고 그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큰 죄를 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를 인격적으로 대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을 죽이고나서 잘못했다고 죄를 뉘우친다면 우리들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법을 떠나 감정적으로 용서할수 없는 일들이다. 책을 읽는내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죄를 물을수 없다면 그것으로 끝인것일까. 살해를 한 마쓰쿠라를 어디까지 용서해야 하는 것일까. 그에게 용서라는 것을 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한 모가미의 행동을 법의 테두리 안에세 바라본다면 도저히 용서받지 못했지만 사람이기에 이해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순간까지 의문으로 남는 이야기이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모든 행동이 용서받을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을 옹호할수도 없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모든 상황을 생각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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