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2
박건웅 지음, 최용탁 원작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이라는 제목을 보며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거라 생각했다. 어린시절의 추억을 담은 내용이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수 있을거라는 예상을 벗어난다. 따뜻함이 아닌 아픔을 넘어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만난다. 그 아픔과 고통은 우리가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외면하거나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모습은 정겨움이 묻어난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생과 농사를 지으며 가족들을 챙기는 형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보여진다. 형은 동생에게 연맹에 가입하면 비료도 주고 쌀도 준다는 말에 가입한 보도연맹의 가입증서를 보여준다. 고향에서 묵묵히 농사를 짓는 형은 이 증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이념과는 무관하게 가족들을 위해 농사를 짓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물푸레나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은 처참하다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이야기가 더 와닿는 것은 그림이 전하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목판화의 거친 느낌이 그들의 고통과 아픈 느낌을 더 많이 전해준다. 또한 상황들을 역설적으로 소제목이 전하고 있다. 타 탕 투탕 탕 핑 등의 총을 쏘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연주라고 말한다. 아무 잘못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을 연주라고 하니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아름다운 연주가 아니라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피비린내 나는 현실이다. 더 놀라운것은 '축제'라는 소제목과 달리 내용은 차마 눈을 고 볼 수 없을 정도이다. 시신들을 두고 온갖 벌레들이 축제를 벌인다.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들을 보면서 가상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이 있었다는 것이 다 아프게 다가오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아픈 역사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민족끼리 적이 되는 상황들은 그리 많지 않다. 형제끼리 싸울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일은 없지 않을까. 같은 편이 되어도 모자랄 상황에 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아직도 그 아픔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보고싶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고향에는 살아생전 돌아갈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전쟁이 남긴 피해나 아픔을 말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다루고 있다.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이념과는 무관한 선량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당시 목숨을 잃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남은 가족들도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만 하는 현실이다. 사실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만화를 보면서 이유도 모른체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누구를 위한 일이였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알지 못한체 이념이라는 이름아래 소수의 강자들이 다수의 약자를 불행으로 몰아놓은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