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의 묘
전민식 지음 / 예담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1979년의 10월 26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던 부모님은 그 날의 사건으로 인해 여행을 취소하였다. 그 일이 여행을 취소할 정도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른들에게는 슬픔으로 다가온 일이였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도 그 날의 사건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 일로 인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폭풍우 같은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살아가다며보면 한두번쯤 소나기를 맞을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멈추는 일이다. 책에서 만나는 인물들에게는 폭풍우가 휩쓸고 가니 남은 것도 없고 남아 있더라도 제자리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처음에 이 책을 만났을때 <9일의 묘>라는 제목으로 인해 지관들의 삶이나 그들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앞에 펼쳐진 일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쩌면 실제 그 당시 누군가에게 일어났던 일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몸서리쳐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권력앞에서 한 인간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묏자리의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 지관이라는 평범한 삶을 살아갈수 있었던 중범. 최고의 풍수사인 아버지 황창오와 아버지의 양아들 도학, 해명과 무덤속에 있는 황금두상을 갖기 위해 도굴을 한다. 이들의 욕심은 너무도 큰 화를 부른다. 그들이 있는 곳에 누군가 찾아오지만 도학을 제외하고 모두 도망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잡힌 도학은 살아남지만 도망친 중범은 너무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들을 잡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보이지 않는 큰 권력을 등에 엎고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낸다. 다른 사건보다 오래동안 우리들을 괴롭히는 것은 중범이 잡혀 인간 이하의 고문을 당하고 있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부분을 만나면서 우리들은 분노하지 않을수 없다. 책속에서 만난나는 가상의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난 일이였기에 중범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쉽게 꺼내지 못하지만 우리들은 알고 있다. 죄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아직까지 그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더 화나는 것은 그런 일을 벌인 사람들은 아직도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황창오의 양아들 도학과 친아들 주범의 운명은 극과 극이다. 두 사람이 한 일은 없다. 그들이 한 사람은 자기들 편으로 만들고 다른 사람은 반대편에 세워 빨갱이라는 낙인까지 만들어낸다. 권력의 힘이 이리도 무서운 것일까. 아무 죄없는 사람을 국가의 죄인으로 만들어낸다. 그들은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람을 죽일수도 있는 것이다. 죄의식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말이지. 진보하든 퇴보하든 반드시 누군가의 피를 요구해. - 본문 214쪽

 

분명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들은 아파서 꺼내보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이라는 것은 결국 허구를 가장한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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