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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재산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지만 건강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라고 말한다. 건강할때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우리들이 건강에 소홀한 경우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나에게 불행이 다가올때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젊은 여주인공이 나왔던 '내 머리 속에 지우개'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치매는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였던 것이다. 이제는 나이와 무관하게 생길수 있다는 것에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얼마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내를 둔 남편들의 일상을 담은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제삼자인 우리들조차 힘들게 느껴지는데 가까이 있는 가족들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남편분들은 죽고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라고 말한다.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어간다. 자신의 의지대로 할수 있는 것이 없다. 우리가 말하는 의지라는 것조차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의 고통도 크지만 옆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주는 병인 것이다.

<스틸 앨리스>의 이야기자체 뿐만 아니라 만들어진 사연도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에게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영화를 만든 리처드 글랫저 감독은 루게릭병을 앓다가 그 영화가 유작이 된 것이다. 번역가는 이 책을 번역할 즈음에 어머니가 치매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직,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읽으면서 더 마음이 아파온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앨리스는 같은 학교 교수인 남편 존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큰 딸 안나는 로스쿨, 아들 톰은 메디컬 스쿨을 마쳤다. 막내인 리디아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배우가 되겠다고 하여 그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남부러울것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일이나 가정 모두 만족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바쁘고 업무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건망증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상의 어려움을 겪으며 혼란스럽다.
차라리 암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암은 싸울 상대가 있지만 자신은 싸울 상대가 없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아픔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일과 가정 모두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던 그녀가 자신도 이해할수 없는 실수들을 하게 된다. 가끔은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병에 걸려서 정말 미안해, 여보. 상태가 얼마나 더 악화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 언젠가는 당신을 보면서도 누군지 모를 거란 사실도 견딜 수가 없어." - 본문 144쪽~145쪽
앨리스 자신뿐만 아니라 곁에서 지켜보아야하는 가족들도 힘든 시간을 보낼수 밖에 없다. 분명 그들이 처한 상황은 비참해보이지만 우리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름답게 포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앨리스는 싸울 상대가 없는 무기력한 자신의 병을 한탄했지만 그녀는 강한 모습을 보이며 끝까지 싸우려 한다. 점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자신을 위해 편지를 남기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옆에서 지켜보는 그녀의 가족들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십이라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앨리스. 그것을 받아들이며 강하게 이겨내려하는 그녀. 점점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무너져내리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 병을 두려워 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했던 리디아를 이해해가고 같은 병을 잃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누구보다 강한 앨리스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