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김경희 지음, 김세희 각본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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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는 아이와 늘 함께 영화를 보곤 했다.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 <순수의 시대>를 보러가기로 했는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라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팩션영화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영화를 볼수 없다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영화는 보지 못했더라도 이 책을 건네주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만 본다면 읽는데 무리가 없지만 중간에 아이가 보기에는 조금은 낯뜨거운 장면들이 있어 선뜻 아이에게는 전해주지 못했다. 결국 아이의 눈에 띌까봐 몰래(?) 혼자 본 책이다. 몰래 봐서인지 사람을 더 긴장하게 만든다.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하면 함께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은 정도전과 이방원이다. 이방원하면 왕자의 난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세워지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욕망으로 인해 우리들은 책을 보며 피비린내 나는 그들의 전쟁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도 버리고 자신의 욕망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영화와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영화 각본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니만큼 원작을 영화로 옮긴 것과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어쩌면 영상을 글로 만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해서인지 더 생동감이 느껴진다. 인물들의 심리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건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있어서인지 책속 인물들을 보며 그 배우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점은 늘 그렇듯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쉽게 그려지지만 그 인물들로 인해 우리들의 생각으로 만들수 있는 인물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점들이 책을 읽는데 방해요소는 아니다. 다만 또다른 재미를 찾아가는게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정도전의 사위 김민재, 김민재의 아내 정씨 부인의 아들 진은 이성계의 사위이기도 하다. 날카로운 발톱을 언제 드러낼지 모르는 정안군. 세 사람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들의 중심에는 기생 가희가 있다. 진에게 농락당하고 그로 인해 엄마마저 세상을 떠난다. 자신의 순결과 엄마까지 잃은 가희는 철저히 복수를 준비한다. 복수의 발판이 되는 정안군가 미끼가 되는 김민재. 이들의 악연은 시작된 것이다.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움켜쥐려 한다. 그 움켜진 손으로 다른 무언가는 잡을 수는 없다. 그 손안에 있는 것을 놓아야만 다른 것을 잡을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욕심과 욕망앞에서는 눈과 귀가 멀어버린다. 뜨겁게 뛰어야 할 마음까지 단단해져 버리는 것은 아닐런지. 어제의 친구가 적이 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까지 버려지는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 속에서 피어나는 민재와 가희의 사랑. 어쩌면 그들은 마음 속에 상처가 같기에 서로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누구에도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 적 없는 두 사람이지만 함께 있을때만큼은 자신의 약한 모습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들과 상반되게 욕망이란 이름 앞에서 가족까지 등지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한번 인간이 가지는 욕망이라는 것이 사람을 참 무섭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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