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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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추억으로 살아간다는 말을 한다. 추억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가 만들어낸 소중한 시간들이다. 우리가 많은 사람들과 보낸 오늘 하루는 내일의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 추억이 살아가는데 힘을 줄 수도 있지만 가끔은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도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지나간 일들에 대해 우리들은 늘 후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라는 제목을 보며 호기심을 가질수 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시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아닌 추억의 시간을 수리하는 곳이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누구나 고치고 싶고, 지우고 싶은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추억의 시간을 수리하는 사람은 '이다 슈지'이다. 시계를 만들거나 수리하는 장인인 슈지는 할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서양식 주택에 가게가 있으며 가게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 오래된 기계식 시계가 잔뜩 놓여있다. 슈지의 가게 근처에 있는 헤어살롱 유이에는 여자친구 아카리가 살고 있다. 두 사람과 함께 빼놓을수 없는 의문의 인물이 있다. 책속의 표현에 의하면 염색한 머리, 볼트나 열쇠 같은 잡동사니를 매단 은목걸이를 목에 걸고 다니는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다이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드러나지 않지만 그의 손길이 닿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를 읽으면서 알수 있다.

 

이 책에서는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두 고장난 시계를 고치기 위해 찾아오지만 그 시계의 주인들은 사연이 있고 그들이 가진 추억을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슈지의 여자친구 아카리와 연관이 있다. 아카리에게 떨어져 지냈던 동생 카나가 찾아온다. 서로에게 상처를 준 가족관계의 사연은 시계주인과 무관하지 않다. 지나간 잘못된 추억으로 인해 두 사람은 고통받고 있다.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던 말들. 단순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게 오랜시간동안 풀리지 않았던 숙제같은 감정들을 풀어낼수 밖에 없다.

 

추억 같은 건 그저 과거의 기억일 뿐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변하지 않는다. 애당초 수리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라면 좋은 추억일 리도 없으니 그런 것을 소중히 여겨서 뭘 어쩌자는 걸까. - 본문 31쪽

 

카나의 말처럼 추억은 지나간 시간들의 기억일수 있다. 수리하고 싶다는 것은 좋은 기억이 아닐 것이다. 그런 기억들에 우리는 왜 연연하는 것일까. 그때의 일을 좋게 생각할수만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기억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지나간 일들을 다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일들에 대한 잘못된 기억을 바로 잡아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모르고 지난 것들을 다시 알려주고 잘못 본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 말해준다면 분명 같은 기억임에도 달라질수 있는 것이다.

 

네 편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우리들도 분명 수리하고 싶은 추억들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그 기억들을 지울수 없기에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처럼 우리들도 미처 알지 못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지나간 일을 되돌릴수 없다면 그 일을 다르게 생각한다면 현재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들은 슈지를 만날수 있는 행운이 없을 것이기에  스스로 추억을 고칠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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