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 사람들]그들의 삶은 행복한 것일까

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2월

서울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다른 지역보다 멀게 느껴지는 곳이 있다. 그곳에 가면 안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괜시리 내가 초라해진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면 나와는 딴 나라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강남은 서울의 특별한 지역임에는 틀림없다. 교육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의 삶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가끔 방송에서 그들의 생활을 보면 정말 영화 같은 일들도 많다. 이 책속에서 만나는 잠실동 사람들와 우리의 이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가끔은 부러움의 대상이고도 한 그들이지만 어쩌면 우리처럼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잠실동 사람들>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연결고리가 있다. 이들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크고작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같은 목표를 가진 엄마들과 그들의 남편, 남편이 만나는 또다른 여자(대학생), 이들의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사람, 잠실동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과 과외 교사, 학습지 교사, 영어 강사등 서로 읽혀 있다. 같은 일을 두고 바라보는 그들의 생각은 다르다. 잠실동이라는 곳에 모여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마음으로 이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만나는 대학생 이서영의 이야기부터 충격을 던져준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낯선 남자를 끌어들일수 밖에 없다. 이 집에 오는 남자는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가정도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각자 원하는 것을 위해 만나는 관계이다. 학자금대출 등으로 힘든 대학생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기에는 말하기 힘들것 같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다. 그럼에도 이서영을 보듬어 줄수 밖에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적은 알바비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월세, 학비, 생활비를 감당하기는 힘들다 . 좋은 대학을 다니는 서영은 열심히 공부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이서영'이라는 인물을 만나는 일부터 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이서영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허인규. 그는 두 아이의 아빠이고 박수정의 남편이다. 이 책속에서 만나는 지환 엄마 박수정 뿐만 아니라 여러 엄마들을 만날수 있다. 그들의 바람은 자식이 잘 되는 것이다. 순수하게 시작한 마음이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들이 모여서 보내는 시간들이나 백화점에서 가서 쇼핑을 하고 대화를 하는 모습은 엄마인 나도 조금은 부정적으로 볼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과 같은 환경에 놓여있다면 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것이라 자신있게 말할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의 교육적인 측면만큼은 어느 부모나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눈에 특별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그들에게도 문제는 있고 고민이 있다. 다만 이들이 한곳만 바라보고 빠르게 달려가는 모습이 부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서로 목표가 같다는 이유로 만나지만 그들 사이에 '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읽으면서 허구의 이야기만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곳에 대한 편견인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소개한 것인지 알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그들이 부럽다기보다는 지금의 나와 우리 가족,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앞만 보고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느리지만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