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 세대에게 라디오는 친구이다. 매일밤 라디오를 들으며 누군가 보낸 사연과 음악을 들었다. 나의 이야기를 보낼 용기는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들으며 울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사연과 딱 맞아떨어지는 노래를 선곡하는 DJ에 열광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친구들은 예쁜 엽서를 꾸며 가끔은 거짓사연을 보내기도 했다. 친구들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 누가 라디오에서 먼저 나오게 될지 내기(?)를 했던 기억도 있다. 다른 매체와 달리 라디오가 주는 감성은 크다.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전하는 사연은 우리들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상상 라디오>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방송이다. 비유를 잘하는 수다쟁이 '아크'는  DJ이다. 우리의 상상력이 전파이고, 마이크이고, 스튜디오라고 말한다. 그 상상력으로 아크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는 것이다. 그는 누구를 위해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상상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이 책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있을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도 망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람을 만날때가 있다. 어쩌면 불의의 사고로 떠났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해서든 마지막 이야기를 남기고 싶을 것이다. 누구나 세상을 떠나지만 예고치 않은 사고로 떠날때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나 남은 사람들 모두에게 충격이다.

 

상상 라디오의 청취자는 대부분 죽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작은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DJ 아크. 서른 여덟살인 그는 나무 위에 걸려있다. 책을 읽으며 그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무섭다. 너무 꼭대기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나무 꼭대기에 걸쳐있는 자신을 노아의 방주처럼 높은 곳에 혼자 남아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방주라는 의미의 '아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사랑하는 가족이 들어주기 바라며 방송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자신처럼 죽은 사람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무수한 DJ들이 성가실 정도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나는 방송을 계속하겠죠. 그 소리에 꼭 귀를 기울여 주세요, 청취자들이여. 또다시 새롭게 태어난 청취자들이여. - 본문 205쪽

 

라디오라는 매체는 얼굴은 볼수 없고 목소리만 들을수 있다. 지금은 보이는 라디오 시대이지만 그래도 라디오는 들리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간절히 누군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사람과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쉽게 잊지 못하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허망하게 떠나버린 사람들을 잊지 못해 고통스러운 사람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연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상상이지만 현실에서 잠시라도 그들에게 목소리가 전해지길 바라며 우리들은 책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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