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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동무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5
배유안 지음, 이철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월
평점 :
역사를 만나는 일이 늘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다시 돌이킬수 없는 일들이기에 아쉬움도 많고 후회도 많다. 지나고나서 바라보는 우리들은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수 있는 힘이 생기지만 그 당시에 그 일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은 다를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역사의 중요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일들이 많아졌다. 아직은 스스로 역사에 대해 판단하기 조금 힘든 아이들이지만 이렇게 역사동화를 통해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다.
이산, 정조의 주변에는 이야기거리가 많다. 시대적인 상황이나 개인적인 상황들은 영화나 드라마, 책으로 자주 만날수 있었다. 이산이라는 드라마나 얼마전 개봉한 영화 역린등에서도 정조라는 인물을 새롭게 만날수 있었다. 기본적인 느낌은 비슷하지만 어떻게보느냐에 따라 조금은 달라보일수 있는 인물이다.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만난 인물이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인물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동화속 한 인물로 만나고 있다.
<창경궁 동무>는 정조를 정후겸이는 인물을 통해 만날수 있다.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대리청정을 하게 된 세손을 반대하는 입장에 선 그와 정조의 어린 시럴 이야기부터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동무라 불릴만큼 친분을 쌓아온 그가 어쩌다 정조의 반대세력에 선 것일까. 정후겸이라는 인물을 통해 바라보는 정조의 이야기는 색다르다. 또한 정후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이 된다.
양반이지만 낡은 배 한척을 가지고 있는 정후겸의 집안. 서당에 다니고 싶지만 훈장 어른에게 좁쌀 한자루도 주지 못하는 신세이다. 집안 형편과 달리 공부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이런 마음을 아버지는 알고 있었을까. 여덟 살이 되던 해에 화완 옹주에게 후겸을 데리고 간다. 부마와 친척관계인 아버지는 화완 옹주와 부마에게 후겸을 부탁한다. 벼루와 붓을 씻는 일이라 할지라도 낡은 배를 타고 가 고기를 잡는 것보다 행복하다. 하루종일 책을 만질수 있다는 것이 좋기만 한 후겸. 부마의 죽음으로 인해 화안 옹주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늘 책과 함께 하고 싶었던 일들이 이루어지니 행복할수 밖에 없다. 어린 시절에는 단지 이런 시간들이 좋았을 뿐이다.
양자로 들어가면서 과거에도 응시할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글공부를 한다. 그러다 만나게 된 세손. 세손은 나이는 어리지만 역시 남다른 인물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화가 질투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그와 동무라는 생각으로 함께 활도 쏘며 이야기를 나누는 다정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을 친구로만 남게 하지 않는다.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화완 옹주와 달리 세손의 아버지인 사조세자는 모함을 당하고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책에서는 정조와 정후겸이 어린 시절의 동무가 아닌 관계로 마주할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만날수 있다. 역사에 있어 가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끝까지 동무로 남았더라면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있다. 역사를 만나다보면 개인간의 문제도 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로 인해 어쩔수없이 적대적 관계에 놓이는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뿐만 아니라 관련 인물들에 대한 관심을 가질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