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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붉은 치마 ㅣ 파랑새 사과문고 81
이규희 지음, 양상용 그림 / 파랑새 / 2015년 1월
평점 :
얼마전 아이들과 홍릉에 다녀왔다. 명성황후가 그곳에 오기까지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죽어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다가 홍릉으로 오게 된 것이다. 직접 가본 곳이기에 이번에 명성 황후의 이야기를 만나니 남다른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여러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사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인물이 아닐까 한다. 우연한 기회에 명성 황후와 관련된 강연을 들은적이 있는데 강연자에 따라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달랐다. 누구의 해석이 옳고 그름을 떠나 분명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조금 뜬금없지만 얼마전 본 영화 쎄시봉의 한효주가 맡은 역할의 이름은 민자영이다. 영화속에서 상대가 어디서 들어본듯한 이름이라고 말하자 명성 황후의 이름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속 주인공이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던 것처럼 이 책에서 만나는 자영도 당당한 여성이다.
자영과 한 집에 살고 있는 다희. 자매처럼 지내지만 이들은 신분의 차이가 있다. 자영 아씨를 모시고 있는 다희는 어깨너머로 글을 배우고 있다. 귀동냥으로 배운 사자소학을 읊고 무슨 뜻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아무리 글솜씨가 뛰어나도 자신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기가 날만도 하지만 다희는 자영을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궁에까지 가게 되는 다희. 결혼을 하고 평범한 여인으로 살기보다는 조금더 넓은 세상으로 가고 싶다. 자영 아씨와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 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허구의 역사 동화고이 다희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역사는 분명 존재한다. 천주교 박해나 을미사변, 흥선 대원군과 명성 왕후와의 대립 등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역사가 등장한다. 책에서는 사실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국모가 여우 사냥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슬픔이 아닌 분노일수 밖에 없는 일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수 있는지 화가 날뿐이다. 이런 일들이 감정적으로 해결할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의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들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지 모른다. 지독한 여우리는 말을 하며 마지막 말도 제대로하지 못하게 칼을 휘두르는 장면을 보며 우리들도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아픔이 있는 역사를 만나는 일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우리들이 지나간 아픈 추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듯이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 아프지만 늘 마음속에 새길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 동화를 통해 역사적 지식을 많이 쌓아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역사에 관심을 가질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책을 보며 책속에서 만나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어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역사 동화를 만나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것들을 알아가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