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콘크리트
마치다 요우 글.그림 / 조은세상(북두)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릴때도 잘 읽지 않았던 만화를 요즘들어 자주 보고 있다.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만화는 이불 속에서 킥킥거리며 읽는 모습을 떠올린다. 동생이 만화책을 한아름 빌려와 이불속에서 읽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동생이 재미있다고하여 읽은 책들도 있지만 난 그렇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웃음의 코드 차이인지, 내가 이해력이 부족해서인지 아직도 알수 없는 일이다. 그때의 추억 때문인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것이 만화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하고 있다.

 

 

<밤과 콘크리트>에는 4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만화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들이 깔깔대며 읽던 내용과는 다르다.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날수 있는 일들이라 생각할수도 있고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일 수도 있다. 그만큼 묘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이다. 유독 검은 색 배경이 많아 어두운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표제작인 밤과 콘크리트는 여느 도시 풍경에서 일어날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이야기 자체에서도 고요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밤의 고성방가도 있기 마련이다. 조용하지만 어디선가 들리는 소음들도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쉽게 잠 못드는 건축가와 건물들의 소리를 들는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두가 잠든 밤에 모든 것이 깜깜한데 잠을 자지 못하는 건축가에게만 빛이 환하게 비춰진다.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잠들지 못해 혼자 깨어있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이 된다면 어떨까.

 

 

누구나 잠을 자야할 시간에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과 아무도 듣지 못하는 건물의 소리를 듣는 사람. 참 묘한 만남이다. 안면도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은 인연일수 밖에 없는 것일까. 누구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힘이 들까. 건축가는 자신의 문제보다 그가 더 걱정된다. 하지만 그 사람은 오전 3시부터 동 틀 때까지 건물도 잠을 자기에 시끄럽지 않다는 말을 한다. 건물들도 잠을 자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어떠한가. 그의 말 한마디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밤을 맞이하는 건축가.

 

이 둘의 만남처럼 나머지 세 편의 이야기에서도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사람들이 만난다. 그들의 만남으로 인해 서로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일수도 있고 상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일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느낌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유쾌하고 통통튀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강렬한 장면이나 대사가 아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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