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짚은 하이진]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목발 짚은 하이진 - 사고로 파괴된 사춘기 소녀의 몸과 기억에 관하여 ㅣ 장애공감 1318
쥬느비에브 튀를레 지음, 발레리 부아예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15년 1월

선천적인 장애보다 후천적인 장애를 가지는 경우 충격이 더 크다고 한다.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자학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세상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과정에 이르게 된다. 우리들은 무엇이든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안다. 가족이나 건강이 곁에 있을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잃고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로 건강을 잃는다고하면 조금은 다를 것이다. 받아들이기 더 힘든 일이다. 이제 외모와 이성에 관심을 가질 시기에 있는 소녀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어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소녀는 그 고통을 어떻게 이겨낼수 있을까.

<목발 짚은 하이진>은 불의의 사고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소녀 기유메트가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스스로 견뎌내는 힘도 중요하지만 역시 주위 사람들의 믿음과 격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인도로 돌진한 차가 덮치는 큰 사고를 당한 기유메트. 정신을 잃고 깨어난 기유메트의 입에서는 입에 담을수 없는 말들이 나온다. 의사는 '전두엽 기능 장애, 탈 억제 행동, 통상적 증상'이라는 말을 한다.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하지만 그것이 부끄럽거나 후회되지 않는다. 이처럼 사고로 인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깊은 상처를 입는다.

이렇게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수 없고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 엄마를 만날때 늑장을 부리고 다른 골목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같은 시간안에 살지만 다른 사람들과 자신은 다른 속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것이 불만이고 화가 나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졌다. - 본문 22쪽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것을 받아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따른다.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행동과 말들로 가족들조차 힘들어하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이다. 이런 일과 마주했을때 담담하게 받아들일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어쩌면 지옥같은 시간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들과 주변의 사람들은 묵묵히 지켜보며 격려하고 유메트는 글쓰기로 조금씩 자신을 치유해 나간다.

글쓰기는 더 이상 뻥 뚫린 상처가 아니라, 빈 공간을 꼼꼼히 바느질하는 작업이었다. - 본문 136쪽

기유메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상처가 많이 치유된다라고말한다. 어떤 글을 쓰던 자신의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분노나 슬픔을 표출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글쓰기로 통해 치유해가고 있는 기유메트. 누구보다 크고 힘든 고통과 마주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있는 강한 소녀 기유메트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