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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들어간 공주 ㅣ 개암 그림책 9
알랭 세르 글, 상드라 푸아로 셰리프 그림,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새벽까지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로 인해 목이 아프고 쏟아지는 졸음으로 아이의 마음보다는 얼른 자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하는 경험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어야아 할때도 있지만 늘 새로운 이야기를 원할때도 많다. 한편으로는 얼른 글을 알아서 혼자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때도 있다. 글을 읽을줄 안다고해서 읽어주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쉴수 있는 시간을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모르는지 아이는 늦은 시간까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책 속으로 들어간 공주>라는 제목을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책 속으로 들어가보지 않을까한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신 나는 모험을 즐기기도 하고 가끔은 알콩달콩한 사랑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럼 마음이 더 클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허구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아이들은 실제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이다.

표지에 보면 책을 들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소녀와 달리 엄마, 아빠의 표정은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오늘밤은 한권만 읽어주어도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빨리 침대에 눕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이 부모의 마음이 우리들의 마음과 같다는 생각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릴리가 되고 어른들은 릴리의 부모가 될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어느 집에서나 볼수 있는 풍경이다. 엄마는 자라고 말하고 아이는 어떻게해서든 늦게까지 있고싶다.

바로 찾을수 있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보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보이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엉뚱한 곳에 숨는다. 화분 뒤에 숨고 같은 색의 카페트위에 눕고 커튼 뒤로 숨는다. 커튼 뒤로 숨어도 발이 보이기 때문에 어디에 숨었는지 금방 찾을수 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완벽한 곳에 숨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림책을 만날때마다 이렇게 이야기보다는 그림에 집중할수 밖에 없는 것은 글이 전하는 이야기보다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의 힘이 크고 재미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글이 주는 이야기가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림책을 만날때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그림을 온전히 보지 못할때가 많다.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는 충분히 전달되지만 어른들은 그림보다는 글을 먼저 아이들에게 보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숨어서라도 조금더 놀고 싶은 릴리. 릴리는 엄마, 아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말하는데 늘 같은 내용이라 지겹다. 새로운 책을 읽어달라는 릴리. 재미없는 책을 뒤로하고 릴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떤 이야기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아, 싫어요! 이 이야기는 다 알아요!" - 본문 중에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상상의 세계의 끝은 없다는 생각이다. 뒷이야기를 꾸며본다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크다. 많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엉뚱한 생각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또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만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는 것이다. 책 속으로 들어간 릴리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났듯이 아이들도 책을 통해 자신만의 기발한 이야기들이 탄생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