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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절망의 사전적 의미는 '바라볼 것이 없게 되어 모든 희망을 끊어버림, 또는 그런 상태.'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생각할 것이 없다. 어두운 터널속에 갇혀 있는 느낌일 것이다. 바랄 것이 없는 삶의 의미를 논할수 있을까. 절망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죽음이라는 것이 눈 앞에 왔을때는 더욱 그렇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언제인지 모르기에 조금은 안심(?)하며 살아간다. 나의 죽음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남은 시간들을 고통스럽게 보낸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 책의 저자 이브 엔슬러는 우리나라에서도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극작가이다. 이 작품을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작품을 접했지만 극작가가 누구인지까지는 몰랐던 것이다. 아마도 작품은 알고 있지만 작가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극작가로 많이 알려진 그녀가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술을 끊은지 34년, 담배를 끊은지 20년이 되어가는 채식주의자이자 사회활동가인 저자가 자신의 몸속에 있어서는 안될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상상은 누구나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진단을 받았을때 담담히 받아들일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직 하지 못한 일들도 많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은데 죽음을 선고 받는다고하면 오히려 남은 시간마저 포기하고 싶지 않을까.
안 좋은 소식이다. 최악의 소식, 내 생애 최악의 날이다. 내가 곧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날이니까. 심장이 걷잡을수 없이 뛴다. - 본문 24쪽
자궁과 결장, 직장에 덩어리가 있고 간속에 암일지도 모르는 종양이 발견되었을때도 콩고에 가겠다고 말하던 저자. 이 책은 단순히 자신의 병을 이겨내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픈 와중에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겪는 고통을 이겨내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힘을 주고 있다. 어릴적 그녀가 당한 상처는 우리들이 가늠하기 힘들다. 사랑을 주어야할 가족이 오히려 상처를 준다는 것은 슬픔 이상이다.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을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극북하고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콩고의 여인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강하게 만드는 것일까. 병마와 싸우기에도 가녀린 몸을 지녔지만 그녀는 죽음 앞에서도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진정한 강자인 것이다. 절망에 놓인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은 한가닥 남은 희망조차 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없는 희망도 만들어가고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힘을 잃은, 힘이 없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용감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