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복서 이권숙
추종남 지음 / 마카롱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몸치이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 운동과는 거리가 정말 멀다. 못하고 직접 하는 것을 싫어하는 운동임에도 보는 것은 좋아한다. 중, 고교 시절에는 아구와 농구에 빠져살았을 정도이다. 초등학교때 우리들에게 인기있는 운동은 레슬링과 복싱이였다. 레슬링은 남녀노소 좋아하는 운동이였지만 복싱은 좋아한다기보다 아빠가 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복싱은 잔인하게 느껴졌다. 주먹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때리는 모습이 그리 좋지않게 보였다. 그때는 스포츠로 보지 못하고 그냥 때리는 것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복싱이라는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반면 안쓰럽기도 하다. 얼굴에 피멍이 들어 알아볼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당해야하니 말이다. 여자라면 그 아픔이 더 크지 않을까. 편견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예뻐지고 싶은 소녀가 얼굴이 엉망이 된다면 그리 좋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순정복서 이권숙>. 표지에 보이는 모습은 당차 보인다.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의 강한 주먹을 가지고 있을 것같은 인상이다. 어떤 운동이건 힘들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격투기 종목은 여성들에게 더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인기 종목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끔은 순수하게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투영되며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왠지 강해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약한 여자가 숨어있을 것 같다. 링 위에서의 모습과 링 밖에서의 모습이 다른 여성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세계 프로복싱 8체급을 석권한 살아있는 전설 에스토마타는 단 한번의 패배도 없었다. 한국 복싱 유망주와의 만남의 자리에서 짧은 머리의 미소년처럼 보이는 이권숙을 만난다. 지도 스파링을 하는 에스토마타에게 진짜 때려도 되냐는 질문에 들어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권숙의 라이트 어퍼컷으로 단 한번의 패배도 하지 않았던 세계 챔피언이 쓰러진 것이다. 그 뒤로 '진격의 이권숙'이라 불리며 권숙은 복싱계에 혜성처럼 나타난다. 그렇게 주목을 받던 그녀가 돌연 은퇴를 하고 호동 유치원에서 이권숙이 아닌 이유리로 살아간다.

 

그녀는 왜 복싱을 그만둔 것일까. 갑자기 사라진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말이 많다. 이권숙이 다시 복싱을 하게 만드는 스포츠 에이전트 김태영. 복싱보다는 연애가 좋고 아버지처럼 빠르고 강해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늘 옆을 지키며 함께 걸어줄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권숙을 다시 복싱계로 불러 들인다. 복싱을 완벽하게 그만둘수 있게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에 권숙은 그토록 싫었던 복싱을 다시 시작한다. 권숙의 바람처럼 다시는 복싱을 하지 않을수 있을까.

 

"아빠는 복싱이 끝없이 싸워야 하는 인생을 닮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복싱이 싫어요. 힘들어도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없는 인생은 끔찍하지 않아요?" - 본문 107쪽

 

이 작품은 제2회 교보문고 로맨스 공모전 <픽스매치>최우상을 받았다고 한다. 로맨스라고 하면 달달한 느낌을 먼저 떠올리 것이다. 우리가 아는 그런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만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전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큰 매력을 전하고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한다. 운동이라는 자체가 동적인 느낌을 많이 전해준다. 어떠한 상황에도 좁은 사각의 링을 벗어나지 못한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패자가 있어야만 그곳에서 벗어날수 있는 것이다. 권숙의 아버지 말처럼 우리네 삶도 복싱처럼 치열한 것이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읽는 내내 우리들도 사각의 링 안에 있을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나 방어만 할수 없는 삶이기에 읽으면서 한 편으로는 마음이 아플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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