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둑 토끼]책을 사랑하는 것도 죄가 되나요

책 도둑 토끼 ㅣ 그림책 도서관
에밀리 맥켄지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표지를 보면 범죄영화에서나 볼수 있는 장면이다. 범인들이 자신의 죄수번호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은 우리를 무섭게 만드는데 표지에서 만나는 토끼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책을 사랑한 죄'라는 글이 써져있는 책을 들고 사진을 찍은 토끼.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이러고 있는 것일까.

양상추, 당근이 나오는 꿈을 꾸는 토끼들과 달리 랄피는 책이 나오는 꿈을 꾼다. 아이들에게 토끼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당근'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토끼 랄피는 다르다. 언제나 책을 읽고 어떤 책을 읽을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책 위에 앉아 책을 읽는 랄피의 표정이 압권이다. 아이들에게서 이런 표정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책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이렇지 않을까.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우는 사람들. 책을 보며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그 누구보다 행복한 랄피의 모습이다.

책을 읽던 랄피의 표정보다 더 놀라운 것은 랄피의 책목록이다. 혼자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할 책들도 있다. 가장 좋아하는 책, 하루 빨리 꼭 읽어야 할 책, 엄마에게 알려 줘야 할 책, 아빠가 좋아할지도 모르는 책, 톰과 베티에게 알려줘야 할 책 등 다양한 책 목록을 작성해 놓았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 랄피다. 우리들도 좋은 책을 만나면 추천해주고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각각의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누구에게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랄피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책을 좋아해 훔치고 싶은 토끼가 있다면 책도둑을 잡으려는 아서가 있다. 과연 아서는 아무도 믿지 않는 책도둑 토끼를 잡을수 있을까.

그림책이다보니 그림 하나하나 놓칠수 없다. 글과 그림을 함께 쓰는 작가의 그림책들은 유독 흡입력이 강하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림이 자연스럽에 어우러지니 따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느 장면하나 그냥 지나칠수 없다. 영화속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렇게 책도둑 토끼를 잡기 위해 만나는 장면은 아이들을 웃게 만든다. '책을 사랑해'라는 티셔츠를 입고 서 있는 많은 토끼들. 이 많은 토끼들 중에 랄피는 있는 것일까. 

책을 정말 사랑하는 토끼를 만났다. 아직은 랄피처럼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없지만 랄피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이런 행복을 아이들도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몇몇 친구들은 눈치를 챘을지 모른다. 책을 좋아하는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다. 여우, 공룡, 악어에 이어 이번에는 토끼를 만났다.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그 친구들을 만나면서 아이들도 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랄피와 같은 친구를 만난다면 한쯤은 그냥 지나가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