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소재원 지음 / 마레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인 소재원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소원''을 통해서이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의 원작이였다. 많은 사람들을 울렸던 그 책의 저자가 이번에는 새로운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을 울린다. 단순한 동정심이나 연민 같은 것이 아니라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우리들은 함께 아파할수 밖에 없는 것일까.

 

 

사회부 기자 경력 10년의 유소영. 그녀의 남편은 법대를 나온 3년 아래 후배기자이다. 같은 사회부에 있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이다. 그녀가 속보를 내고 한기준이 기사에 대한 전문 내용들을 보강해 주는 역할을 하며 환상호흡을 보여준다. 직장에서의 환상호흡은 결혼으로 이어진다. 계속 될거라는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결혼 후 삐그덕거린다. 결국에는 별거를 선택하며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마지막 기사가 될지 모르는 일을 맡게 된다. 다른 부서 발령을 신청한 그녀에게 편집장은 이번 기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부부 기자가 각자의 시선으로 본 미담의 기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유서영은 한기준과의 이별을 위해 이 기사를 맡게 된 것이다.  

 

유소영은 주목받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소록도를 찾는다. 그 시간 한기준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을 찾는다. 유소영이 만난 서기철 할아버지와 한기준이 만나는 오순덕 할머니. 이들은 어떠한 기사를 쓰기 위해 이 인물들을 만나고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

 

유소영이 찾은 소록도를 보며 누구나 떠올리는 한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섬이라기 보다는 철저히 외부에 단절하며 살아갈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한센병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단 아픈 사람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들이 어렸을때만해도 철저하게 격리되었다는 느낌을 지을수 없다. 자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해 그러한 삶을 살아간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센병과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만날수 있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헤어질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 시련은 더 큰 시련을 낳는 것일까. 한센병과 위안부라는 커다란 아픔이 이들에게 다가온다. <그 날>은 유소영과 한기준이 서기철 할아버지와 오순덕 할머니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과거에 어떤 일들과 마주했는지 알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죄인처럼 살아야했던 많은 사람들. 우리들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인 배경 때문에 특정한 누군가를 미워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가족들과도 함께 지낼수 없었고 가족임에도 한센병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을 끊었으니 말이다. 또한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위안부로 남아있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우리가 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된다.

 

"우리가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 두어야 한다." - 본문 112쪽

 

마지막에 '작가이야기'를 보면 위안부와 한센병이라는 우리의 역사의 아픔을 창작이 아닌 기록으로 하고 싶다고 말한다. 창작이 아닌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들이 함께 아파하고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할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현실은 창작 그 이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어떠한 장치를 하지 않더라도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들은 충분히 아파할수 밖에 없는 역사인 것이다. 아직도 그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있다. 그 분들께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세월 죄인처럼 살아왔던 아픈 마음을 우리들이 어루만져 줄수는 있는 것일까. 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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