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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큰 아이를 위해 출간소식을 듣고 예약구매를 하였다. 주문하면 바로 오는 것이 아니였기에 그 기다림은 설레임의 연속이였다. 나보다는 아이가 원해 신청한 책이였기에 아이는 더 설레이지 않았을까. 솔직히 요즘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지금 '공허한 십자가' 인기가 장난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이유인즉슨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일명 공항사진이라 불리는 사진 속에서 이 책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책에 관심이 없었던 아이들조차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것이다. 책을 읽어야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큰 것이다. 이 책을 보니 나또한 그 멤버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도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이기에 그 책을 읽게된 이유가 뜬금없이 궁금해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어찌되었든 아이와 나도 출간하는 책마다 다 챙겨보고 있으니 말이다.

프롤로그에서 풋풋한 중학생 아이들을 만날수 있다. 엄마가 어릴때 돌아가시고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이구치 사오리. 어린 나이지만 바쁜 아빠대신 엄마의 빈자리를 스스로 채워가고 있다. 중학생인 사오리의 마음속에는 같은 학교 선배 후미야가 있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마음에 담아오던 선배와 가까워지고 함께 빌려온 비디오를 보기도하며 조금씩 마음을 키워간다. 프롤로그의 이야기만 본다면 중학생인 아이들이 이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귀여운 모습을 만날수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슬픈 사건이 다가온다.
프롤로그를 읽고 이야기를 읽으면서 프롤로그의 등장인물이 언제 나오며 다른 인물들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지 빨리 알고 싶어진다. 그런 조바심이 아니더라도 빠르게 읽어갈수 밖에 없는 책이다.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우리들은 이야기보다 더 빠르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어떨때는 내가 이야기보다 더 앞서나가기도 한다.
어느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인생 30주년 이라고 한다. 아이 때문에 알게되고 작품을 하나둘 만나면서 그의 매력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살인과 사형제도를 중심으로 이야기기 진행된다. 살인이나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 받을수 없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간혹 묻지마 살인 같은 흉악한 일들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에 따라 살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경우에도 달라질수 없는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읽는 우리들을 그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어린 그들이 한 살인은 어떻게 받아들여하는 것일까. 그 일로 인해 사오리는 철저히 무너지고 후미야는 평생 속죄하면서 살고 있다. 살인자라는 이름이 만들어지는 순간 다른 사람이 뭐라하기 전에 스스로의 무거운 십자가를 짊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건 하나로 끝났다면 그래도 읽는 사람이 참아낼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듯 또다시 살인이 일어난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의 가족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는 용서할수 없다고 울부짖고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살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가끔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도저히 할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아직도 찬반이 나뉘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살인을 했다는 것은 용서받을수 없다.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살인자들을 사형제도를 통해 이 세상을 떠나게 해야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