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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읊조리다 - 삶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하나 시하나
칠십 명의 시인 지음, 봉현 그림 / 세계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지금은 '문학소녀'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문학소녀들을 많이 만날수 있었다. 늘 책을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책을 펼쳐드는 소녀들. 가을이면 다른 책보다 시집을 많이 들고 다녔다. 특별히 어느 계절에 읽어야 한다는 것은 없지만 추리나 공포소설은 여름에 주로 읽게 되듯 시집은 가을에 주로 읽게 된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많은 시들을 접할수 있었다. 오히려 다른 책보다 시집을 더 많이 읽었는지도 모른다. 읽다가 느낌이 좋은 시는 예쁜 편지지에 옮겨 적어 친구들과 주고받기도 하였다. 생각이 많은 계절이다. 그러다보니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보다는 읽고 생각할수 있는 책들을 찾게 된다.
내 주변에는 문학소녀들이 많았다. 그녀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녀들 덕분에 다양한 책들을 접할수 있었다. 문학소녀들과 학창시절 이후 시집을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간혹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시집을 구입하여 읽는 정도였다.

<순간을 읊조리다>는 시집은 아니다. 하지만 한 편의 짧은 시를 읽는 것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많은 시인들의 작품속에서 우리들의 마음에 더 깊이 다가오는 문장들을 담아놓았다. '삶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하나 시하나'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여백이 많은 책이다. 대체로 한두문장의 짧은글과 우리를 포근하게 하는 그림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전체적인 이야기가 주는 매력도 있지만 어떨때는 책 속의 한문장 만으로 우리들은 행복을 만나고 힘을 얻는 경우도 있다. 그런 문장들이 모여 있는 책이니 우리들은 감동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읽는다기 보다는 느낀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글과 그림을 보며 느낄수 밖에 없다.
책이 글자로만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 책은 글자만 읽는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빠르게 읽는 분들이라면 10분 정도면 읽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글이 아닌 여백이 주는 힘이 더 큰 책이다. 분명 글자를 읽어가지만 우리들은 한글자한글자 곱씹어가며 읽고 생각을 하게 된다. 바쁘게 사느라 생각할 시간조차 가지지 못하는 우리들이다. 그런 우리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들이 책속에서 만나는 문장들은 어느 시인의 어떤 작품속 문장인지 책 속에 함께 기재되어 있다. 알고있는 시보다는 모르고 있는 시들이 많다. 한 문장만으로 위로받을수 있지만 전체적인 시의 내용도 궁금할수 있기에 함께 기재되어 있는 작품의 제목을 보면서 찾아서 읽게 된다. 많은 문장들 속에서 눈에 띄거나 유독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이 담긴 시를 찾아서 읽어 보았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문장들이 튀어나왔다. - 본문 61쪽
재미있는 문장이라 생각하며 어떤 시인의 작품인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이 문장은 이장욱 시인의 <밤의 독서>라는 시의 한 문장이다. 한 문장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추측해보는 재미도 있다.
재미를 주는 문장들도 있지만 역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을 많이 만날수 있다.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할 것은 나를, 어느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하는 내가 책속의 문장들을 통해 이해받고 위로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