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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에서 '다중이'라는 캐릭터가 나와 인기를 얻었다. 다중이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안에도 여러 모습이 공존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다른 모습들은 감추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감춰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나가 아닌 여러 모습을 드러내며 살수는 없다. 종잡을수 없을 정도의 여러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일반적이고 평범함이 아닌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안의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을 종종 느끼기는 하지만 그런 모습들을 다른 사람들 앞에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가끔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보일때가 있다. 그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자신의 모습이라면 분명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면 어른이 되어서 엄청 힘들어진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소년. 소년안에는 'R'이라는 존재가 함께 한다. 오른쪽 허벅지를 긁어대는 버릇, 오른쪽 눈만 질끈 감는 습관적인 틱, 새어머니의 속옷을 훔쳐내는 짓을 하고 같은 반 친구 유리 짱을 껴안는 실수를 하는 것은 'R'의 존재 때문이다.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면 음울함을 평생 등에 지고 살아야한다는 말을 듣는 소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신견은 이제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 한다. 우연히 만난 동창생 사나에의 집에서 하루를 보낸 후 출근을 하기 위해 그녀의 집에 있던 회색양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그녀와의 만남은 우연이였을까. 그녀와의 만남 이후 탐정이라는 한 남자가 찾아와 한번도 본적 없는 남자의 사진을 보여준다. 사나에와는 친밀한 관계였다며 행방을 알수 없는 그 남자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탐정을 통해 알게 된것은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던 '히오키 사건'의 생존자가 사나에라는 것이다. 일명 '종이학 사건'이라 불리는 그 사건은 1988년에 일어난 미궁 사건이다. 도쿄 네리마 구의 민가에서 히오키 다케시, 그의 아내, 아들이 사체로 발견되고 딸 사나에만 살아남은 사건이 발생한다. 외부의 흔적이 전혀없고 아내 유리의 사체 주변에는 삼백십개의 종이학에 파묻혀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 사건속에서 살아남은 사나에와 자기 안의 또다른 누군가를 안고 살아가는 신견이 만나게 된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미궁에 빠진 사건만큼이나 우리들에게 의문을 준다. 미궁의 사건 속에서 살아남은 사나에가 말하는 진실. 그 진실은 우리들이 상상하는것 이상이다. 단순한 아픔의 상처라고 말하기에는 그 상처가 깊다. 평생 안고 살아가기에는 깊은 상처들이다. 쉽게 치유될수 없는 상처이기에 그녀를 감싸고 있던 움울함이 이해가 된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작품들은 구매하였다. 쓰리,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악과 가면의 룰 등을 책장에 꽂아두고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된 것이다. 그리 많은 일본작품들을 읽지 않았지만 간혹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들 때문에 계속 읽어야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정서와는 많이 다르고 표현하는 것들도 달라 가끔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도있다. 스릴러라는 장르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음에도 그 이전에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만나는 사건보다는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현재까지 음울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을 만난다. 벗어나려하면 할수록 더 빠져드는 늪처럼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들에게 우리가 손을 내밀게 된다. 설령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이 음울함에서 벗어나기 간절히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