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레전드라 하면 우리들은 보면 어느 방면에 뛰어난 전설적인 인물들에게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자살에 그런 말이 붙는다는 것에 조금은 의아했다. 제목에 '자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읽어야할지 고민을 했다. 주변에서 그런 소식을 접하거나 관련 책들을 읽을때면 우리들의 마음도 가라앉게 되니 주춤거려진다. 읽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표지는 전혀 연관성을 찾을수 없다. 아주 가까이에 바다가 보이고 고개 숙인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책에서 '자살'이 하나의 소재로 나올수는 있지만 주된 흐름을 잡고 있다고 하면 어떨까. <자살의 전설>에서는 여섯 편의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 중편 한편과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작소설이다. 다섯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케치칸'이다. 작가는 알레스카의 케치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두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이듬해 알래스카에 머물던 아버지가 자살한다. 사고가 아닌 자살로 인한 죽음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였을 것이다. 이러한 일도 경험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ㅠㅠ 자신의 어린 시절의 아픔이 녹아내린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그런 일을 겪었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열아홉부터 스물아홉 살까지 10년동안 쓴 글이라고 한다. 서른 살이 되자마자 개고를 마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출간되지 않다가 문학상을 수상 한 후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제목에 보이는 '자살'이라는 단어때문에 우리들은 그것에 집중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아버지의 자살이 아니라 '아버지'라는 인물에 대해 만날수 있는 이야기이다. 연작 소설이다보니 이야기들의 연결 고리가 있다. 아버지의 죽음 이전에 아버지의 사랑, 부재, 엄마가 아닌 아버지의 또다른 여인, 아버지와의 휴가. 아버지와의 화해 등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다.

 

언젠가 글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 인상에 남는 말을 들었다. 글쓰기를 하면 상처가 치유될수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쓰면서 더 큰 상처로 남는 것이 아니라 치유된다는 것이다. 허구의 소설이지만 어쩌면 작가의 사실적 삶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마음속에 남아있던 응어리들을 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우리들은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보다 이야기가 나오기까지의 배경에 주목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나 상처는 가지고 있다.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달라질수 있다. 그 상처가 때로는 부끄러워 감추다가 곪아터져 더이상 치료할수 없는 상황에 이를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상처를 당당히 드러내고 치유한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작가가 자신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 갔는지에 대해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읽는내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색으로 비유하자면 표지의 색과 비슷하다. 밝은색 느낌의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 내용을 알기 전 표지를 봤을때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했지만 읽고나서는 이야기의 이미지를 잘 나타내고 있는 표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조금은 어둡게 느껴지고 묵직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계속 읽을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 역시 호불호가 확실한 작품이 아닐런지. 연작소설이라 하지만 여섯편 이야기들의 흐름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면 읽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그것을 벗어나면 화려한 미사어구가 아닌 담백하고 담담한 표현의 이야기들이 확실히 우리들을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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