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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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영화로도 개봉될 정도의 이야기가 주는 매력이 큰 작품이다. 영화를 미처 보지 못하고 사람들의 입소문에 급하게 구입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게으른탓에 읽기를 미루다가 결국 나중에 출간된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를 먼저 읽게 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의 제목도 흥미롭다. 아이들이 우스개 소리로 100세 노인이 도망칠 기력이 있을까라는 말을 했는데 이 책또한 표현이 재미있는 제목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게토의 공동변소의 분뇨 수거인들은 <까막눈이>라 불렸다.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고, 소웨토 밖으로 한 걸음도 내디뎌 본 적이 없는 놈베코. 놈베코라는 이름보다는 '까막눈이', '깜둥이2', '네 이름이 뭐였더라' 라 불리는 소녀이다. 놈베코는 셈을 할줄 아는 '까막눈이'이다. 셈만 할줄 아는 것이 아니라 글도 읽을줄 알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그 책의 내용들을 다 받아들이는 특별한 아이다. 하지만 놈베코는 다른 사람들에게 분뇨 수거인이였으며 청소부일 뿐이다.

 

「95 곱하기 92는 …….」그는 혼자서 웅얼거렸다.「가만있자, 계산기가 어디 있더라?」

「8,740.」놈베코가 옆에서 알려주었다.

「꼬마야, 그냥 계산기나 찾아다 줘!」

「8,740 이에요!」놈베코가 되풀이했다. - 본문 20쪽

 

이야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살고있는 놈베코와 놈베코가 있는 곳으로부터 9천5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나라 스웨덴의 쇠데르텔리에 시에 사는 '잉마르 크비스트'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시작한다.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에게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처음에는 이들의 연관성을 찾으며 읽을수 밖에 없다. 이들의 연결고리를 빨리 찾고 싶은 마음에 쉬지않고 읽게 되는지도 모른다. 놈베코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잉마르 크리스트'라는 인물의 다소 황당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장르는 코미디가 되지 않을까 한다. 특히 '잉마르 크비스트'라는 인물은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를 보면서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국왕과의 만남에 집착하는 모습은 우리들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럽지만 그는 정말 진지하다. 그의 진지함이 우리를 더 웃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이 책의 주인공은 셈을 할 졸 아는 까막눈이 놈베코이다. 하지만 잉마르라는 인물에 더 관심이 간다. 아들을 낳으면 홀예르라 이름 짓고 싶었던 그가 바라던 아들을 얻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어처구니 없이 아니, 무책임하게 그는 두 아이를 홀예르라 부른다. 더 재미있는 것은 어떤 아이가 진짜(?) 홀예르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먼저 태어난 아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그는 결국 오른쪼 아이를 홀예르라 부른다. 그렇다면 다른 아이는 이름은 뭐라했을까. 그 아이 역시 홀예르이다. 

 

「홀예르는 왼쪽에 있는 애인것 같아.」

「그래…….」잉마르가 웅얼거렸다.「아니면 오른쪽 애일 수도 있어…….」

 (중략)

「얘가 홀예르야.」그는 오른 쪽 아이를 가리키며 선언했다.

「오케이. 그래, 좋아. 그럼 이 애는?」

「얘도 홀예르고.」

「홀예르와 홀예르?」 - 본문 108쪽~109쪽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야기하면 아직 읽지 않은 분들에게 이야기나 인물들과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재미를 빼앗는 것 같아 생략하려 한다. 이 책은 전체적인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크다. 오히려 이 책에서 놈베코가 정상적으로 보인다. 몇십년을 분뇨수거인과 청소부로 지낸 그녀를 평범하다고 말할 정도이니 다른 인물들은 어떨까. 홀예르들의 아버지 잉마르는 두말할것 없고 '판 데르 베스타위전'과 '판 데르 베스타위전'의 집에서 함께 일했던 중국인 세 자매, 평생을 베트남 전쟁의 기억과 상상속의 추격자들에게 시달리는 도공, 홀예르 1의 연인 휘발유녀 등 정말 개성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에 대해 배우는데 이 책에서는 입체적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서인지 시종일관 톡톡 튀는반면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종잡잡을수 없다. 잠깐 딴 생각을 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수 있으니 그런점만 유의하면 재미있게 읽어나갈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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