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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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초코우유, 박하사탕은 내가 좋아하는 간식이다. 이런 것들을 좋아하다보니 내 몸이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초콜릿을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었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중, 고등학교 때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었다. 친구들도 내 생일이나 기념이에는 다른 선물이 아닌 초콜릿을 한박스씩 사주었을 정도도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콜릿을 먹고 있는 내 모습이 오싹하다. 교실 한쪽에서 말없는 아이가 매일 초콜릿을 먹는 모습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나에게는 달콤한 초콜릿이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그리 달콤하지 않은 모습이였을 것이다.

 

우리들은 초콜릿하면 달콤함을 먼저 떠올린다. 거기에 더해지는 감정은 사랑이 아닐까. 발렌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초콜릿이 날개 돋힌듯이 팔리니 말이다. 그들은 달콤한 맛을 기대하지만 가끔은 쌉사래한 맛이 더 강하게 다가올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 책에서는 다양한 맛의 초콜릿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에쿠니 가오리' 뿐만 아니라 일본 여류 작가들의 여섯 가지 맛의 초콜릿 이야기가 담겨 있다. '초콜릿' 이라는 소재로 여섯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느낌도 다르고 초콜릿의 맛도 조금씩 다른다. 우리는 주로 달콤하고 쌉사래한 맛만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지못한 맛을 만나볼수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같은 소재로 여섯 작가의 개성을 담은 글을 만날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까한다. 

 

전문가도 아니고 많은 작품을 읽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일본 작가들의 특유한 매력을 만날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감추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는 우리들과 달리 과감한 면이 많다. 성에 관한 생각이나 표현들은 확실히 개방적이고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물론 그런 점들 때문에 일본소설을 조금 멀리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품속에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것 중 하나이니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 녹아버린 초콜릿이 손가락에 달라 붙었다.

나는 그것을 교코씨의 입술 사이에 밀어 넣었다.

한 개.

또 한개. - 본문 32쪽~33쪽

 

초콜릿이란 의외로 단단한 것이구나. 살짝 힘을 주어 또각 자른다. 한 조각 입에 넣으면서, 아다치 씨. 소리내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혀 위에서 천천히 녹인다, 나의 열로. 카카오 향기가 퍼진다, 달콤하게, 그리고 희미하게 남을 씁쓸한 맛. - 본문 147쪽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대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내용보다 이런 것들이 먼저 들어오면 안되지만 초콜릿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니 그냥 지나칠수가 없다. 에쿠니 가오리는 초콜릿을 매우 좋아해서 결혼할때 남편으로부터 '다른 여자에게는 초콜릿을 선물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 작가에 대해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초콜릿 같은 사랑 이야기. 초콜릿은 다양한 맛과 모습으로 다가온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함으로, 입에 넣기 전에 녹아버려 손에 묻어 먹어야할까 고민하게 만들고 단맛보다는 씁쓸한 맛이 더 강할때도 있다. 같은 초콜릿이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맛을 느끼는 것이다. 어떤 맛일지 모르기에 우리는 오늘도 초콜릿의 은박지를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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