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놀이 - 제4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3
서화교 지음, 소윤경 그림 / 살림어린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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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 반에 30명도 안되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공부를 한다. 우리가 어렸을때만도 70명이 넘는 친구들이 한 반에서 공부를 했다. 지금의 교실 크기와 그리 다르지 않았으니 콩나물 시루가 따로 없었던 것이다. 그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공부한 아이들. 반 아이들 모두 친할수는 없지만 친하지 않았던 친구와도 그리 큰 문제 없이 교실안에서 함께 지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몇명 안되는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나 은따, 그외에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며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 어울리고 싶어도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일이고 다른 아이의 일이라며 안심하고 자나칠수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생인 지금까지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있다. 그 심각성에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참으며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 자퇴도 하려 했지만 그렇게되면 더 힘들어질거라는 생각에 여지껏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보며 약자의 위치, 소수의 자리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라는 생각이 든다. 단단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 그런 일을 당하니 끝내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착했다. 누구보다 마음이 약하고 착한 서준이.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일을 도와주고 양보하며 길거리에서 떨어진 휴지도 줍는 아이다. 이런 아이를 보는 주변 반응은 그저 바보같은 답답한 아이일 뿐이다. 조금 느리고 말을 할때 쑥스러워하는 서준이를 엄마조차 답답해한다.

 

우리 유령 놀이하자, 유령 놀이! 학교에서 공부만 하기에는 심심하다. 매일매일 새로운 놀이를 찾아 친구들과 논다. 어떤 놀이를 할까하다가 유령 놀이를 시작한다. 다른 아이보다 서준이가 유령이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한때 친한 친구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서준이의 착한척 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짜증이 난다. 민기는 그렇게 유령 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난 학년이 바뀔때마다 무게중심이 누구인지를 찾는다. 왕따를 하는 민기의 무리가 있고 왕따를 당하는 서준이 같은 아이들이 있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소영이와 같은 방관자들이다. 어디에도 끼지 않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괜시리 참견했다가 자신이 왕따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언니의 말처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것이 옳은 것일까. 절대 끼어들어서는 안되는 일일까.

 

나는 유령이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다. 죽었으니 재희라는 이름은 없다. 그대신 'B2890678'이라 불린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땅 위 하늘 아래 세계'에서 49일 동안 진짜 떠날 준비를 한다. 재희는 무엇 때문에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유령놀이>는 서준, 민기, 소영, 재희 네 명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들이 교차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같은 사건이지만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상처를 받는다. 가해자라는 이름을 가진 민기도 결국은 자신의 상처를 그런 식으로 표출한 것이다. 현실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다친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은 늦은 것이 아닐런지. 그 깊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최선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유령놀이는 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였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죽을만큼 힘든 시간인 것이다.

 

책의 결말을 보며 우리의 현실에서도 이런 모습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책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모두 행복한 웃음 지을수 있기를 바란다. 

 

"난 자유롭고 용감한 아이다. 나의 하루는 행복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이 될 것이다." - 본문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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