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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사쿠라기 시노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이번에 '신 관능파'로 불리는 성애 문학의 대표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두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순수의 영역>은 나에게 오자마자 읽은 작품이다. 그와 반대로 <아무도 없는 밤에>는 미루다가 읽은 책이다. 책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다소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에 쉽게 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표지속 소녀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뭔가 사연을 가득 담은 얼굴로 바라보는 눈빛도 반항적으로 보인다. 삶에 순응하기 보다는 불만이 가득한 모습으로 보인다. 앉아 있는 자세도 편해 보이지 않으니 그녀의 삶이 그러하지 않을까라는 추측까지 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내가 가진 선입견으로 시작된 이야기들이다.
2013년 제 14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는 농밀한 언어로 삶의 비애를 담담하게 드러내는 탁월한 문장의 소유자라고 한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그녀의 진가를 발휘한다.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남녀간의 묘사를 보면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히 쾌락이 그들의 삶과 연계된 내용들이다. 사람들을 자극하는 표현이 아니라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주는 이야기들이다.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에서는 일곱 편의 작품을 만날수 있다.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하지만 그리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다. 겉모습으로만 본다면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으면 간혹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이 더 마음 아프게 한 것은 여자들이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함께 있으면 좋은 기억이나 나쁜 기억이 그만큼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좋은 추억이라 현재를 견디기 위한 저금에 지나지 않으며 두 사람은 꺼내서 탕진하는, 꿈을 잡아먹고 사는 존재였다. - 본문 60쪽
<바다로>의 '치즈루'와 <프리즘>의 히토미에게는 연민이 생긴다. 그녀들에게 남자는 어떤 존재일까. 처음부터 그들에게 기대려하지 말고 혼자 힘으로 일어섰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번듯한 직장을 다니던 겐지로가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신문사에서 해고되고 치즈루의 기둥서방으로 전락한다. 이제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자신의 몸을 파는 일이다.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준 <바다로>의 히토미 또한 마흔 살의 트럭 운전수와의 관계 정리를 하지 못해 일어나 비극을 맞이한다.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끝없는 행복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은 불만이 남아 있는 하루하루와 균형을 맞춰왔다. - 본문 113쪽
치즈루가 겐지로와 가토의 이름을 전화기에서 지우고 옆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는다는 히토미는 이제 어두운 과거에세 벗어날수 있을까.
여자이기에 여자들의 삶이 더 눈에 들어왔지 모른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힘든 것일까. 그나마 독립적이고 강한(?) 모습을 보여준 히토미의 결말은 다소 충격적이다. 나약한 존재라 생각한 그녀들이 이제는 누구의 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려 한다. 이야기속 여인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훗카이도'이다.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훗카이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가 살고 있는 훗카이도의 특성을 안다면 전체적인 느낌과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