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길 바다로 간 달팽이 10
장정옥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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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역사나 피바람은 불고 있다.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 위해 누군가를 향해 칼을 겨누는 것이다. 그들을 쫓는 추종자들도 있다. 자신이 최고의 자리를 오르지 못하지만 자신이 따르는 이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수 있도록 함께 칼을 잡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은 조선왕조 22대 왕 정조가 세상을 떠난 바로 직후이다. 정조가 세상을 떠나고 순조가 왕위에 오른다. 왕의 자리가 바뀔때마다 일어나는 당파싸움. 그들의 싸움은 의레 있는 일들이지만 이 당파싸움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힘없는 백성들이다. 이 이야기 속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상처 받지만 묵묵히 이겨내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실제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들이 존재한다. 순조 1년 1801년은  '신유박해'가 일어난 해이다. 평등사상을 주장하고 가부장적인 권위에 반대하던 천주교도들이 박해를 받은 사건이다. <비단길>의 중요한 사건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 사건의 중심에는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선암 정약종이 있다.

 

누조할매와 어머니 묘량과 함께 살고 있는 수리. 아버지 여문휘는 비단길로 장사를 하러 갔다. 아버지가 할머니와 어머니가 만든 비단을 다 팔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던 차에 이웃에 한 양반이 이사를 오는데 그가 정약종이다. 그의 아들 하상과 정혜와는 오누이처럼 지낸다.

 

양반집의 노비였던 할아버지가 현감의 외아들을 구해주고 속량을 받아 노비의 삶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수리는 누군가의 노비로 살 생각이 없다. 아버지처럼 비단길에 가서 큰 장사를 하는 상인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수리가 글을 배우기 위해 정약종의 집에 가서 일을 하게 된다. 정약종은 다른 양반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아랫사람에게 욕을 하고 멸시를 하고도 미안해 하지 않는 다른 양반들하고는 다른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버지와 함께 장사를 하러 비단길로 떠났던 김용철은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오지 않은 것이다. 김용철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관아에 잡혀 갔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일로 아버지가 관아에 잡혀간 것일까. 이 이야기는 아버지 하문휘가 관아에 잡혀가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오년 동안 한 가족처럼 뭉쳐다녔던 보부상들의 외면을 받은 아버지. 천교도로 오해를 받고 잡혀가는데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아버진를 밀고한 사람은 그 중의 한명이라는 것이다.

 

진리는 사람을 살게도 하고 죽게도 한단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자신을 속이고 진실을 속이면 그것은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란다. 진리를 위해 죽으면 몸은 죽어도 영혼은 언제까지나 살아 있게 되니 말이다. 사람의 삶에서 자신에게 떳떳한 것보다 더 값지고 귀한 것은 없느니라. - 본문 165쪽

 

글도 못읽는 아버지가 아무 죄가 없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힘 없는 사람들에게는 슬픈 현실이다. 그런 슬픈 현실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다. 다, 하지만 그들조차 목슴을 잃어가고 있다. 피바람이 불고 있지만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힘없는 약자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

 

누명을 쓰고 사라진 아버지를 마음에 품은 어린 소년 수리와 천주교 중심에 서 있는 선암 정약종의 만남. 두 사람의 만남에는 천주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 나이와 신분차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아픔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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