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 메메드 - 상
야샤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의적이 생길수 밖에 없는 현실. 그런 현실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면 벌써부터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에게도 홍길동, 임꺽정 등 탐관오리들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었던 인물들이 있다. 왜 훔쳐야만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일까.  다른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그들이 나선 것이다.

 

<의적 메메드>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터키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인 '야샤르 케말'의 작품이다.  소외되고 억압받는 민중의  고통을 문학으로 대변해 온 작가는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된다고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소설을 쓰는것 이상이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새로운 세계를 열고 새로운 형상들을 발견해 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말하는 작가. 그가 말하는 의미들을 우리들도 이 작품을 통해 찾을수 있을까.

 

 

엉겅퀴의 땅, 디켄리 평야에는 다섯 개의 마을이 모여 있다. 이 마을에 모여사는 주민들 대부분은 땅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다섯 마을의 땅은 전부 지주인 압디의 것이다. 디켄리 평야는 세상과 동떨어져 고유한 관습을 가지고 살아가는 별개의 세상이다. 디켄리 바깥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삼 년에 한번 세금 공무원이 이 마을에 들릴 뿐이다. 이 별개의 세상 주인은 압디인 것이다. 그의 말이 곧 법인 것이다.

 

아빠는 돌아가시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말라깽이 메메드. 지주인 압디에게 맞는 것이 죽는것만큼 싫어 도망친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누구하나 앞에 나서지 못한다. 엄마에게조차 한마디 말없이 도망쳐온 어린 소년의 마음은 어떠할까. 고생이 심해 키가 자라지 못하고 어깨와 다리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팔과 다리는 삐쩍 마른 나무토막 같다. 이 말라깽이 소년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우리는 영웅을 꿈꾼다. 지금과 다른 세상을 만들어주고 부당한 현실에서 벗어날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은 왜 우리의 영웅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일까.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 그로 인해 슬픈 현실과 마주할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렇기에 의적 메메드와 같이 숨어 있는 영웅들이 나타난다. 권선징악은 동화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길 바란다.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다섯 마을의 주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의 댓가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나쁜 지주 압디. 포악한 지주인 압디에게 어떤 벌이 내려질까.

 

나는 말라깽이 메메드다. 내 어머니와 내 사랑하는 여자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우리 마을 사람들과 가난한 모든 사람들의 복수를 위해 내가 여기 왔다! 그놈을 내놓아라! 압디를 넘기지 않으면 우린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 하권 본문 355쪽~356쪽

 

우물안 개구리였던가. 물방앗간 마을에 살던 메메드가 처음으로 자신이 살던 곳을 벗어나 알게 되는 새로운 사실들. 자신들의 마을과 달리 개인이 땅을 소유하고 가게들도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도 잊은체 살아왔다. 이제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하는 메메드이다.

 

지주 압디도 사람이고, 우리도 사람이야……. - 상권 본문 109쪽

 

악덕 지주 밑에서 매를 맞으며 일을 해야만했던 한 소년이 청년이 되어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의적이 될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이다. 책을 덮으며 씁쓸함을 감출수 없는 것은 현실에서도 압디와 같은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람들. 무조건 자신만 행복해지려는 사람들.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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