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
에두아르도 라고 외 지음, 신미경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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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도서관이나 다른 사람에게 책을 빌려서는 잘 읽지 않는다. 꼭 내가 사야하는 그리 좋지 않은 습관이 있다. 학창시절 대부분의 용돈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지출의 절반 이상은 도서구매 비용이였다. 책을 좋아한다면 그 돈을 아까워해서는 안되지만 가끔은 가벼운 내 주머니에 비해 책값이 비싸게 느껴지는 나쁜 독자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해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선 이 책의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지랖넓게 이런 가격으로 판매하면 수익이 있을까라는 걱정이 된다. 단돈 2,666원. 이 가격은 로베르토 볼라뇨의 대표작 <2666>에 의해 책정된 가격이라 한다. 그가 이런 제목의 작품을 남겨서 고맙다고 해야할지, 이 가격을 책정한 출판사에고맙다고 해야할지^^ 부담없는 가격으로 인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첫장을 넘긴다.

 

 

이 책은 2010년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에 대한 글로 엮어 낸 프랑스의 잡지 『시클로코』3호의 내용과 국내 필진의 글을 함께 실은 책이다. 국내외의 작가, 비평가, 번역가, 그의 주변 인물들, 그를 사랑하는 퍈들이 로베르토 볼라뇨를 주제로 작가론, 작품론 등의 비평과 더불어 그에 대한 에세이와 그의 작품을 모티브한 오마주 작품을 담았다. - 앞날개 중에서

 

로베르토 볼라뇨는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이며 라틴 아메리카의 최후의 작가라고 한다. 그에게 어떤 매력이 있길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감염된 것일까. 그의 많은 작품들 중 <팽 선생>만 읽었기에 그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읽은 한 작품만으로 그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강렬함을 남긴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 작가의 책을 겨우 한권 읽었기에 오마주 작품들을 만나면서 좀더 많은 재미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들을 읽고 이 책을 만났더라면 읽는 재미도 컸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반면 작가의 책들을 찾아서 읽어야겠다는 동기가 된 책이기에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은 내가 느끼는 볼라뇨이기보다는 책에서 말하는 볼라뇨에 대해 알아간다.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도 못했고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아 배우면서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이는 그가 편집광적인 면이 있고 문학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취했던 자세는 망보기였다고 말한다. 또한 이단아이자 선동가였다고 한다. 아직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작가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통해 그의 매력을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여러 작가들의 글이 있지만 우리나라 작가들의 글에 관심이 간다. 그들의 글이 좀더 이해하기 쉬웠는지도 모른다^^ 눈에 띄는 글은 독서일기의 저자인 정정일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에 대해 이야기이다. 평소 그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독서량에 놀라웠기에 어떤 이야기들을 할지 궁금했다. 그가 남긴 글보다는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고 남긴 그림 하나가 더 눈길을 끈다. 볼라뇨가 그린 그림을 흉내내어 그렸다고 하니 작가의 작품을 읽고 다시 이 그림을 본다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거라는 생각이다.

 

믾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또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글을 쓴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볼라뇨 전염병에 감염된 많은 사람들. 그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 아직은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다른 누군가도 전염될 것이다. 나또한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으니 감염된 것이 맞는듯. 이 책을 읽는 분들도 볼라뇨 전염병에 감염되는 행복을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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