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영역
사쿠라기 시노 지음, 전새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많은 책을 읽지 않았기에 작품에 대한 색깔을 명확히 설명할수 없지만 각 나라마다 색깔은 조금씩 다르다는 생각이다. 처음 일본 작품을 만났을때는 같은 동양권임에도 우리의 정서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만나는 책들마다 성에 관한 생각이나 표현은 확실히 우리의 정서와 달랐다. 처음에는 나와 맞지 않는 색이라 생각했다. 그건 이해의 폭이 좁아서라는 생각이다. 이제는 여러 작품을 읽다보니 그들의 색깔을 인정하고 이해해 나갈 수 있다. 나와 맞지 않는 색이 아니라 내가 알지 못했던 색을 알아가는 재미를 찾았기에 유독 일본문학을 많이 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나 작품을 믿고 볼수 있는 상들이 있다. 일본에서의 여러 상 중에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빼놓지 않고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나오키상의 수상작가인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이니 이 작품도 읽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아키쓰 류세이는 다쓰오라는 본명 대신 '류세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다. 서예교습소를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수상 경력은 없다. 시립 도서관에서 개인전을 하는 것도 아내인 레이코의 역할이 크다. 병에 걸린 어머니의 수발을 드는 것도 아내이고 생활비를 책임지는 것도 아내의 몫이다. 어떻게 보면 무능력해 보이는 사람일수도 있다.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정을 책임지는 일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것이다.

 

이들 앞에 나타난 하야시바라 준카와 노부키 남매. 시립도서관 관장인 노부키의 여동생 준카는 어른이지만 아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이 책의 제목인 '순수의 영역'의 '순수'에 가장 합당한 인물은 준카가 아닐런지. 그녀의 눈에 비친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어떠한 포장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가끔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가면을 쓰며 나의 감정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준카는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사람이다.

 

서로 다른 그림속에 있던 이들이 이제는 한 그림안으로 돌어온다. 하지만 서로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처음 만나게 될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은 호감과 함께 질투가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 질투는 닮고 싶은 긍정적인 마음이 될때도 있지만 그것을 나만의 것으로 훔쳐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자신의 무능력함을 숨기고 싶고 생활을 책임지는 아내에게 느끼는 묘한 질투,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나이 어린 여자에게 느끼는 질투. 그는 숨기고 싶다. 자신이 그들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순간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질투란 멈출 듯 반복해서 밀려오는 파도와 같다. 백 명이면 백 가지 형태로,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세기로, 혼자만의 시간을 괴롭힌다.' - 본문 372쪽

 

누구든 마음속에 질투의 대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각자의 몫이 아닐런지. 저자의 이야기만큼이나 관심이 있는 것은 옮긴이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두 번 읽은 독자들도 많고 옮긴이 또한 두 번 읽고나서야 숨겨진 또 하나의 플롯을 찾았다고 한다. 게으른 사람이라 대부분의 책을 한번에 읽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며 설령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또한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처음에는 안개 속을 거닐듯 보일듯말듯한 이야기였다. 사랑이라는 이름보다는 의리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부부와 할머니, 엄마, 여동생을 잃은 한 남자의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보면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결국 다시 읽게 된 책이다.

 

누구든 숨기고 싶은 일이 있고 알고 있지만 모른는척 하는 일들이 있다.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들여다보며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네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내 마음도 무거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순수의 영역이 어떠한 인물일지 아니면 특정한 영역일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순수의 영역은 '준카'라는 생각이다. 그 순수의 영역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 감히 들어가지 못한 사람, 애초부터 들어갈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외면하며 멀리 했던 사람. 우리들은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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