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산행 테마 소설집
박성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겨레 문학웹진 '한판'에 1년 동안 연재 되었던 26편의 단편소설을 <한밤의 산행>과 <키스와 바나나>라는 두 권의 책에 각각 열세편씩 담고 있다. 우리들이 기억하고 있는 역사속 인물이나 사건을 담고 있는 두 권의 책중 <키스와 바나나>를 먼저 읽고 이번에 <한 밤의 산행>을 읽게 되었다. 두권 모두 역사속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조금 다르다. 표지의 색감도 눈에 뜨게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다. <키스와 바나나>가 노란색 빛을 띠고 이 책은 검은색 빛을 띠고 있다. 이야기가 주는 느낌도 이 책은 조금은 무겁다는 생각이다. 그 무거움은 읽기 버겁다기 보다는 우리들로 하여금 조금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책또한 열세명 작가들의 작품이 담겨 있다.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분명 각자의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나또한 열세편 모두 좋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작품들이 있다. 그 작품의 작가는 다시 한번 살펴보고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게 만든다.

 

박성원 작가의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를 처음으로 만난다. 나에게는 추억을 선물하는 작품이다. 물론 이 세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노래들을 다 알고 있기에 그 노래들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들은 나에게 추억이 된다. 미국인이지만 영어를 못하는 '용이언'이라는 등장인물은 우리들에게 다양한 음악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어를 못하는 미국인이라는 설정자체부터 흥미를 끈다. 외모는 미국인지만 누구보다 한국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야기속에 흐르는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미인',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통해 1970년대 우리의 모습을 만날수 있다. 젊음을 상징하는 통기타와 청바지가 생각나는 시대이다. 그 시대의 아픔을 노래로 말하고 노래로 싸우는 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금지곡이 많았던 시기이다.

 

이 작품의 제목이 되는 <지금은 헤어져도>는 해바라기의 1집에 수록된 곡이다.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로 시작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책을 보게 된다. 활자로 만나는 책이건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책속에 나오는 노래들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세상엔 가능한 일보다 불가능한 일이 더 많다. 노래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다니. 좋은 노래 한 곡을 단 한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것조차 힘들다. - 본문 11쪽~12쪽

 

<잘 가, 언니>를 통해서는 3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작가 차학경의 '딕테'를 만날 수 있다. 흔들리는 차안에서 차학경의 '딕테'를 읽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선 차학경이라는 인물을 살펴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차학경 작가. 읽기를 잠시 멈추고 그녀의 삶이나 책을 먼저 살펴보고 이야기를 다시 읽는다. 작가의 삶이나 작품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책속의 주인공이 고백형식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들이 더 와닿지 않을까한다. 실제로 작가는 '딕테'를 읽고 소재를 얻어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표제작인 <한밤의 산행>은 우리의 슬픔 현실을 담고 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끝없이 투쟁을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의 투쟁을 제지하고 있는 우리의 슬픈 현실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 아, 아무래도 여기선 곤란하겠는데요, 그렇지요?

- 산으로 가죠.

- 산이라뇨?

- 아저씨, 다들 산에 가잖아. 영화나 뭐 그런 거 보면. - 본문 336쪽

 

누군가한테는 좋은 기억이 될수도 있고 다른이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일까. 그들의 기억속 사건들과 인물들을 만나면서 우리들이 기억하는 것들도 있다. 그것은 그리운 추억일까, 아니면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