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와 바나나 테마 소설집
하성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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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와 바나나>에서는 열세명 작가의 작품을 만날수 있다. 이 책은 한겨레출판 문학웹집 <한판>에 1년여 동안 연재 되었던 13편의 단편을 담은 역사테마 소설집이다. 13명의 작가들을 보면서 알고 있는 작가들도 있지만 내게는 아직 생소한 작가들도 보인다. 하성란, 조두진, 안보윤 작가의 작품들은 거의 다 읽었지만 다른 작가의 작품들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이렇게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담긴 책을 만날때면 새로운 작가를 알아가고 또 읽고 싶은 작품들이 생기니 반가운 일이다.

 

 

특이하게도 역사라는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역사라고하여 우리들이 알고 있는 조선시대 이전으로 거슬러가지는 않는다. 바로 어제도 지나간 역사가 되는 일이니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허구.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인 허구인지를 따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들은 명확히 이것은 사실이고 저것은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구나라는 것을 안다. 알지 못했던 인물이나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는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해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해가며 읽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읽어가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만나게되는 것은 하성란 작가의 <젤다와 나>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인 'F.스콧 피츠제럴드'의 아내인 '젤다 세이어'를 만날수 있다. 개인적으로 위대한 개츠비는 책 뿐만 아니라 로버트 레드포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들까지 본 작품이다. 여러 번 작품이지만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의 아내인 '젤다 세이어'는 정신병원에서 화재로 사망한 비극적 운명의 작가라고 한다. <젤다와 나>에서는 이 글의 화자인 나 '이선생'과 젤다를 자연스럽게 연관지어 풀어간다.

 

젤다 세이어에 관한 인상도 그렇게 내게 박혀 있다. 불꽃처럼 살다간 천재. - 본문 11쪽

 

우리들은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는 알고 있지만 그녀의 부인인 '젤다 세이어'까지는 알지 못한다. 그녀 또한 작가라는 이름을 가졌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의 스칼릿 오하라 고향인 애틀란드에 가서 나는 젤다를 떠올린 것이다. 이야기속에는 젤다의 실제 편지와 일기들이 담겨 있다. 위대한 작가의 아내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남고 싶어했던 그녀의 마음을 나는 알고 있었던 걸까. 나는 젤다에게 자유를 선물한다.

 

나는 그녀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내 머리와 함께 남은 한쪽 팔을 마저 통과시킨다. 창살 밖으로. 이제 나는 자유다. - 본문 34쪽

 

우리들은 간혹 소설속 인물이나 영화 속 인물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다. 나또한 '나탈리 우드'가 나왔던 '초원의 빛'을 보고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첫사랑의 상처가 너무도 컸던 두 사람. 내가 마치 월마가 된것처럼 한동안 힘들었다. 시간이 흘러 자신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서로가 남았다는 것을 알지만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윌마가 마지막 장면에서 읊던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은 잊을수 없다.

 

이렇듯 열세편의 작품들은 인물이나 사건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젤다 세이어뿐만 아니라 바르 톨디, 전(前) 대통령들, 2010년 수원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까지 다양한 인물들,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내가 나인지 그인지 알수 없는 이야기. 같은 인물을 만나고 사건들을 보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작가는 한 단어만으로도 작품을 만들어 낼수 있다고 한다. 역사속 인물이나 사건 하나만으로도 우리들에게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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