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표지에 보이는 라디오가 내게는 익숙하다. 지금은 디지털이라 주파수를 힘들게 맞출 필요가 없다. 예전에는 돌려가면서 맞는 주파수를 찾아야만 했다. 지금은 컴퓨터로 음악을 쉽게 다운 받지만 예전에는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버튼을 눌러 테이프에 녹음을 했다. 간혹 디제이의 말소리가 녹음되면 실망할수 밖에 없다. 센스있는 디제이들은 음악 녹음하라며 말을 하고 잠시 후에 음악을 틀어준다. 우리세대에게 있어 라디오는 친구 그 이상이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위로 받고 디제이들의 한마디에 우리들은 움직였다. 라디오는 우리들에게 마술, 아니 마법같은 존재였다. 

 

 

이 책은 저자는 CBS라디오 피디이다.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동안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열네 편의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와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사연처럼 우리의 마음을 적신다. 라디오를 여전히 듣는 이유는 많은 사연들을 만나며 위로받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나 혼자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받고 나보다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위로를 전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가슴속 라디오들을 수시로 켰다 껐다 할지도 몰라. 그럴 땐 저마다 자기 사설 라디오의 진행자나 피디나 상상의 청취자가 될 수도 있을 거야. 그 안에는 특별히 좋아하는 멜로디나 옛이야기들, 어린 자식에게 유언처럼 해주고 싶은 말, 상처 줄까 두려워서, 버림받을까 겁나서, 용기가 없어서 차마하지 못해 아쉽게 남아 있는 말들도 들어가 있을 거야. (중략) 저마다 자기 주파수를 찾는 거지. 그 주파수로 뭔가를 말하는 거지. 자기와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기다리는 거지. - 본문 51쪽~52쪽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 중 유독 나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듯이 이 책의 이야기들도 읽는 사람마다 다가오는 것들이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술라디오 2'의 '빠삐용의 아버지'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장애인의 가족을 살아간나는 것은 여러가지로 상처를 받을수 밖에 없다. 마음의 상처 깊이를 어떻게 우리들이 가늠할수 있을까.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버지는 세 아들 중 두 아들이 장애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과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그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할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들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조금은 다르게 쳐다보는지도 모른다.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그런 마음과 시선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장애인의 아버지라서 나쁜 것이 아니라 그 아들을 자시의 삶이 힘들때마다 쉽게 핑계를 댈수 있다는 것이 나쁘다라고 말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우리의 마음도 아파온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우리들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그들에게 위안과 위로를 받는다. 길을 가다 문득 들리는 음악에 발을 멈추고 누군가의 사연을 들으며 내 일인 것처럼 함께 아파한다. 책속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들은 내가 아니라 우리를 꿈꾸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힘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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